※편집자 주 - 2017년부터 불어닥친 블록체인 열풍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수년이 흐른 시점에서 디센터는 <블록체인 열풍, 그 후>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이 그동안 어떤 블록체인 전략을 펼쳤는지, 그리고 결과는 어땠는지 중간 점검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서의 시행착오와 성공 사례가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종식과 함께 시들해진 메타버스 시장에 구원투수가 등판할까.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운영하는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은 3분기 실적 반등의 기세를 몰아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오버데어’는 내달 소프트런칭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중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오버데어는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개발사 네이버제트와 공동 개발인 만큼 더욱 이목이 쏠린다.
크래프톤은 지난 9월 네이버제트와의 메타버스 합작사인 오버데어를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 플랫폼 출시를 예고했다. 지난 2021년 12월 네이버제트에 50억 원을 간접 투자하며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지 약 2년 만이다. 크래프톤은 오버데어에 408억 원을 투입해 지분 85%를 갖고 나머지 72억 원을 투자한 네이버제트는 지분 15%를 보유하기로 했다. 이 회사에서 운영할 메타버스 플랫폼 이름 역시 오버데어다.
오버데어 설립 이전부터 크래프톤은 메타버스에 대한 강한 관심을 드러내왔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1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크래프톤은 이전부터 (메타버스를) 장기 성장의 주요 축으로 보고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가 게임 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일제히 관련 사업에 뛰어들자 크래프톤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크래프톤이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것은 2022년에 들어서다. 크래프톤은 2022년 1월 27일 정기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를 통해 크래프톤의 신년 도전 과제로 NFT 및 웹3를 제시하며 “창작자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C2E(Create to Earn)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2월엔 네이버제트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2021년부터 플랫폼 출시를 예고한 컴투스 등 경쟁사에 비해선 다소 늦은 시작이었지만 제페토 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네이버제트와의 협력 소식은 많은 기대를 불러모았다.
오버데어는 우선 내달 소프트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런칭은 서비스 정식 출시에 앞서 일부 지역에 먼저 게임을 공개한다는 의미다. 실질적인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식 출시 전 서비스 수정·보완이 용이하다.
오버데어가 구동될 블록체인 메인넷은 코스모스 기반의 레이어1 블록체인 ‘세틀러스(Settlus)’다. 세틀러스는 오버데어 플랫폼을 위해 크래프톤에서 자체 구축한 메인넷이다. 세틀러스는 크래프톤이 지난 9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기간 개최한 ‘서클 해커 하우스 행사’에서 처음 베일을 벗었다. 세틀러스 메인넷은 오버데어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제작자와 이용자 간의 NFT 거래를 지원한다. 오버데어 NFT 제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이용자들에게 판매하고 이용자는 구매한 NFT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 NFT 거래를 위한 메인넷 기축통화도 발행할 전망이다. 제작자들이 판매 보상으로 얻은 코인은 스테이블코인 USDC로 정산 가능하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오버데어는 소프트런칭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전세계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플랫폼 출시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크래프톤은 실무진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케팅 담당자와 PM, 개발자 등 각 분야에 걸쳐 23건의 채용공고가 올라와 있는 상태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현재로서도 12월에 예정된 소프트런칭 일정에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메타버스 시장 참전을 두고 업계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 계열사와 협업을 맺고 개발 중이던 메타버스 플랫폼 ‘컬러버스’가 재정 위기로 출시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등 메타버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메타버스 플랫폼보다는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을 먼저 만든 후 이를 메타버스 서비스로 끌고가야 한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결국 플랫폼 위에 올라갈 게임·콘텐츠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메타버스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시장성을 확인할 때”라며 “성패 가능성을 지금 판단하기보단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메타버스 성공의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고 짚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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