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 2편에서 소개한 이드덴버 2024의 메인 이벤트는 이드덴버에서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식 행사이며 키노트 스피치, 패널 토론, 워크숍 등으로 구성됩니다. 반면 사이드 이벤트는 이드덴버에 참가한 커뮤니티, DAO, 프로젝트 팀 등이 자발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로 메인 이벤트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네트워킹 파티가 주를 이루지만 이외에도 키노트, 토론, 해커톤,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죠. 사이드 이벤트는 주최측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기획되기 때문에, 오히려 블록체인 생태계의 최신 트렌드와 커뮤니티의 관심사를 더 직접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올해 이드덴버에서는 무려 475개 이상에 달하는 사이드 이벤트가 개최됐습니다. 위의 차트는 이벤트 제목과 내용을 기반으로 GPT-4 모델을 활용해 475개의 사이드이벤트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한 결과입니다. 올해 사이드 이벤트에서는 ZK와 인프라에 대한 높은 관심, DePIN・AI・모듈러 영역에서의 혁신, RWA등이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빌더 위주의 행사
먼저 행사 이름에 걸맞게 DeFi(탈중앙화 금융)와 이더리움 관련 이벤트가 각각 195개, 145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점은 DeFi 다음으로는 빌더를 위한 이벤트가 119개로 세 번째로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이드덴버가 빌더 위주의 행사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생각 합니다. 실제로 빌더들을 위한 네트워킹 파티나 코워킹, 워크샵, 체험 이벤트들이 많았습니다.
◆레이어2 기술의 엔드게임, ZKP
또한 보안(Security), 영지식증명(ZKP), DAO, 인프라(Infrastructure) 등의 주제도 상위권을 차지했는데,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과 확장성, 그리고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모델에 대한 커뮤니티의 높은 관심을 반영합니다. 특히 영지식증명 기술은 프라이버시 보호와 확장성 향상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 활용되며 향후 블록체인 발전을 이끌어갈 핵심 섹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듈러 블록체인
모듈러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모듈러 블록체인은 기존의 모놀리틱 블록체인과 달리, 합의(Consensus), 실행(Execution), 데이터 가용성(Data Availability) 등의 기능을 별도의 레이어로 분리하여 각각을 최적화하는 설계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확장성, 유연성, 상호운용성 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블록체인 아키텍처로 주목받고 있죠. 실제로 모듈러 블록체인 관련 이벤트가 64개나 개최되었고, 실행 계층과 데이터 가용성 계층을 분리하는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습니다. 모듈러 데이 사이드 이벤트가 방문객들로 꽉 찬 것을 보고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한편 비트코인 관련 이벤트는 20개로 전체 사이드 이벤트 중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작년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비트코인 생태계의 성장과 다양한 레이어2 솔루션의 등장에 힘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NFT관련 이벤트는 17개에 그쳤는데, 이는 NFT 시장의 침체와 함께 비슷한 시기 개최된 NFT 파리 행사로 인해 이드덴버에서의 비중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AI와 DePIN
제가 가장 주목했던 분야는 AI와 DePIN입니다. AI 열풍이 블록체인 업계에도 상륙했습니다. 메인 이벤트보다 사이드 이벤트에서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웠는데, AI 관련 이벤트가 72개, DePIN 관련 이벤트가 59개나 개최될 정도였죠. AI와 DePIN의 만남은 블록체인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DePIN을 통해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시너지로 이야기 되었습니다.
DePIN은 전 세계에 분산된 개인과 소규모 단체의 유휴 컴퓨팅 자원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중앙화된 AI 기업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AI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이들이 보유한 고유의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AI 모델의 데이터 편향성 문제, 이른바 '롱테일 문제'도 해결할 열쇠로 DePIN이 제시되었습니다. 필자도 AI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이벤트에 많이 참여하려 했지만, 대부분 빠르게 마감되어 웨이팅 리스트에 머물렀던 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AI에 대한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부재
이드덴버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글로벌 축제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프랑스, 영국, 호주, 태국, 일본,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날아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각국의 프로젝트들이 대거 참가해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정작 한국의 자취는 매우 미미했습니다. 많은 세션과 부스를 둘러봤지만 한국 프로젝트를 찾아보기 힘들었죠.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된 중국발 프로젝트와 VC들의 행보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사이드 이벤트를 개최하며 글로벌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한국은 거래량과 투자자 규모 면에서 글로벌 크립토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지만, 막상 실질적인 개발과 생태계 기여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습니다.
◆핫했던 프로젝트
직접 참가해 본 사이드 이벤트 중 가장 참가자들의 열기가 높았던 프로젝트로는 베라체인(Berachain)과 파캐스터(Farcaster)가 있습니다. NFT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베라체인은 독특한 토큰 모델과 밈과 커뮤니티 문화로 무장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고,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참가했습니다.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파캐스터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과시하며 많은 이드덴버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죠. 파캐스터의 이벤트도 만석이라 프론트 데스크에서 입장이 거절된 방문객들도 많이 봤습니다. 파캐스터는 베이스 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 프로토콜로, 하나의 계정으로 다양한 앱을 상호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70개 이상의 댑(DApp)이 개발되고 있는 파캐스터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수 많은 이벤트와 세션과 논의가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기술과 프로젝트가 주목 받았고 파캐+스터라는 훌륭한 디앱의 가능성을 보았지만 사용자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대중화를 선도할 킬러 디앱은 아직 부족해 이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용성(UX) 개선, 교육과 온보딩 등이 뒷받침되어야 매스어답션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종합하자면 이드덴버 2024의 사이드 이벤트는 블록체인 기술의 최전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이었습니다. DeFi, 이더리움 등 기존 강자들의 건재함과 함께 모듈러 블록체인, ZK, DePIN, AI 등 새로운 트렌드의 부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편에서 이어집니다.>
- 덴버=임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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