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글로벌 디지털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상자산 공개(ICO)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등 규제 일변도의 법령을 하루빨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2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2024 디지털 금융 허브와 가상자산 정책포럼’ 을 열고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통한 금융허브 조성 방안을 논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회사에서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수는 600만 명, 계좌 수는 950만 개로 주식 계좌의 7분의 1에 달한다”라며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떤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은 금융 허브로서의 성장 잠재력이 전 세계 1위로 선정된 바 있다”며 가상 자산에 대한 논의를 모아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행사 직후 기자와 만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을 언급하며 “글로벌 트렌드는 가상자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오는 6일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두바이 핀테크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제 혁신허브-서울’을 주제로 가상자산 산업을 포함한 서울의 핀테크 산업 인프라와 역량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목표다.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이 디지털금융 허브로 거듭나기 위한 필요한 전략이 주로 논의됐다. 발제를 맡은 김묵한 서울연구원 경제경영연구실장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 총액은 2조 5000억 달러로 채권(130조 달러), 주식(109조 달러) 시장보다 크다”며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디지털 금융 친화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을 유인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인프라·인센티브 지원에 그치지 않고 투자사와 기업들을 매칭한다는 것이다. 윤민섭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정책본부장은 패널 토론에서 “기술은 국내에서 개발해도 벤처투자(VC)를 받기 위해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사례가 많다”며 “현재는 불가능한 수도권 금융 규제 특구 지정도 예외를 허용해 투자사가 다수 들어오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 육성을 위해 국회, 업계, 정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세대 금융 중심지 선점을 위해 가상자산 인프라 구축, 토큰증권(ST) 등의 유치 경쟁이 세계 각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조는 ‘금지’이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에 한계가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산업법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 법안)이 오는 7월 시행되지만, 가상자산 발행·공시 등 시장 규율에 관한 2단계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가상자산 공개(ICO), 금융회사 투자 전면 금지 방침도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CO는 새 가상자산을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와 자금을 모으는 과정으로 기업공개(IPO)와 유사하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7년 가상자산 사기, 시세조종 우려로 ICO를 금지하자 여러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해외로 이탈하거나 우회해서 가상자산을 발행했다. 지난 2월 통합을 결정한 네이버 블록체인 프로젝트 ‘핀시아’, 카카오의 ‘클레이튼’은 아예 아랍에미리트(UAE)에 재단을 설립할 예정이다. 한편 오는 29~31일에는 서울포럼 2024의 부대행사로 비트코인서울 2024가 개최된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생태계 육성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취지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고 디센터·서울 비트코인밋업,·하트비트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비트코인 컨퍼런스인 동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다.
/최재헌 기자 chsn12@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