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와 음악 아티스트, 법률 전문가 등 다양한 업계 종사자가 비트코인(BTC)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위치한 빗썸 라운지에서 열린 ‘비트코인 비즈니스 빌더’에선 각 업계를 대표하는 BTC 지지자(맥시) 10여 명이 참석해 BTC를 활용한 사업과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날 토론은 지난 2007년 그룹 에이트(8eight)로 데뷔한 가수 백찬씨가 포문을 열었다. 음악 100여 곡을 작사·작곡하며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백씨는 지난 2022년 대중음악에 대체불가토큰(NFT)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실험에 도전했다. 그는 특히 최근까지 여러 해외 BTC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할 만큼 BTC에 진심 어린 애정을 품고 있었다.
백씨는 한국에 BTC를 위한 공간이 전무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BTC 커뮤니티가 모이는) 정기 밋업은 서울에 하나뿐”이라며 “이마저도 1년에 다섯 번 이상 모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 BTC 생태계 확장을 위해 개발자·사업자가 한자리에 모여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백씨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BTC 협업 센터인 ‘BTC 하우스 발리’를 예로 들었다. 해당 센터는 인도네시아 개발자들이 서로 협업하도록 지원하고 BTC 소프트웨어 코드를 제공해 개발자를 양성한다. 최근에는 BTC를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교육 자료를 번역해 교육도 진행했다. 백씨는 “인도네시아는 20개가 넘는 지역에서 밋업이 열릴 정도로 BTC 커뮤니티가 크다”며 “협업 센터에서 개발자와 사업자를 배출한 덕에 전문 벤처투자사(VC)와 연결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한국은 이런 공간이 없어 발리 현지답사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장우 업루트컴퍼니 대표는 BTC 채굴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접목한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전기를 생산해도 항상 잉여 전력이 발생해 사업성이 크지 않다”며 “이를 BTC 채굴에 활용하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력 발전기를 설치해 생산한 전기를 정부와 계약해 판매하고 남은 전기로 BTC 채굴에 이용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력 발전은 태양광, 풍력 발전처럼 계절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아 전력 생산에 변동이 적다.
이를 기반으로 이 대표는 탄소배출권을 활용한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수입·수출 물품에 탄소부담금을 부과한다. EU 밖에서 제품을 생산한 기업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2026년부터 탄소배출권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기업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해야 한다면 채굴로 효율을 높이고 탄소배출권까지 판매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은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키르기스스탄에 주목했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은 수로가 3000km 가량 형성돼 수력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전기가 부족한 키르기스스탄 특성상 정부에서 전력에 대한 수요도 많을 것으로 보여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양영석 노드인프라 대표는 “빗썸라운지에서 BTC에 열정적인 분들을 만나 신선했다”며 “BTC를 주제로 빗썸을 포함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바빌론·롬바드 같은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인프라 영역까지 다양한 연구를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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