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의 블록체인 특구 부산에서 행정·물류·금융 등 분야에서 블록체인 혁신을 이루겠습니다."
부산시가 전세계적인 ‘블록체인 시티’를 향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세계 최초의 분권형 실물연계자산(RWA) 거래소 설립을 단초로 블록체인 인프라 기반의 스마트 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다. 28일에서 29일까지 양일간 부산 해운대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 2024’에 참석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블록체인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혁신 산업을 이끌 가장 중심적인 기술"이라며 "이번 행사엔 블록체인 사업 활성화를 위한 부산시의 의지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장엔 1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부산시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부산시 주도로 추진된 RWA 거래소 ‘비단(BDAN)’의 출범식이었다. 부산시는 지난해 말 공모를 통해 하나은행·아이티센·바른손 등 11개 기업 연합체 ‘부산BDX컨소시엄’을 거래소 사업자로 선정하고 거래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비단은 부산시가 오는 2026년까지 부산을 블록체인 중심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타깃 2026 블록체인 시티 부산’ 계획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이날 박 시장은 “비단이 세계적 거래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와 다른 비단의 특징은 거버넌스 분권화다. 시장감시·상장심사·예탁결제 등 거래소의 핵심 기능을 분리해 완벽한 내부통제를 이룬다는 목표다. 아직 각 기능을 담당할 주체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부산BDX컨소시엄 소속 11개사가 거버넌스를 분담할 가능성이 높다. 행사장에서 만난 최원영 하나증권 디지털자산센터장은 “하나증권은 비단 법인의 주주로서 거래소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며 "비단의 상장심사 기능에 관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비단에서 거래를 지원할 첫 상품은 귀금속 RWA 토큰이다. 비단 법인은 최근 블록체인 기반 귀금속 교환권 거래 플랫폼 ‘센골드’를 인수했다. 센골드 리브랜딩을 통해 이미 이곳에서 거래되고 있는 금·은·구리 등 7종의 귀금속 교환권을 비단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토큰증권발행(STO) 법제화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우선 비(非)토큰증권 RWA 상품부터 거래를 지원하지만 이후 거래 영역은 토큰증권, 궁극적으로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 거래까지 지원하며 완전한 가상자산 거래소로 변모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비단의 김상민 대표는 “우선 실물자산 기반의 토큰 거래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 5개국과의 얼라이언스도 구축했다. 소속 거래소들이 규제에 공동 대응하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의 방식으로 협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태국의 토큰엑스 대표 찟띠눈찻시하랏은 “아직 구체적인 협업 단계는 아니지만 여러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다"며 “분절돼있는 토큰증권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비단의 출범을 성공적으로 알리며 부산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재도전한다. 부산시는 지난 2019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지난 5년간 여러 블록체인 사업을 시도해왔지만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박형준 시장은 “비단은 공공이 뒷받침하는 최초의 가상자산 거래소로서 지자체 공모를 통해 설립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부산을 돈과 사람이 자유롭게 오가는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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