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이 파죽지세로 연일 상승을 거듭해 9만 달러에 육박했다.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을 비롯해 3대 지수(다우존스·S&P·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워 ‘트럼프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전통 안전자산인 은을 뛰어넘어 전 세계 자산 순위 8위에 올랐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 대금은 20조 원에 육박해 ‘국장’인 코스피·코스닥 규모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이날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한 이유 중 하나로 국내 증시 침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12일 오후 3시 기준 시장조사 기업 컴퍼니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전일 대비 9.64% 상승한 약 1조 7520억 달러로 전 세계 자산별 시가총액(원자재 및 ETF, 관련 기업 주식 합산) 중 8위를 기록했다. 전날 글로벌 대기업 메타(1조 472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데 이어 금과 함께 대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은(1조 7120억 달러)도 추월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같은 시각 전일 대비 9.45% 올라 8만 8412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오전 한때 8만 90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11일(현지 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4.14포인트(0.69%) 오른 4만 4293.13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5.81포인트(0.10%) 상승한 6001.35에 거래를 끝내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넘어섰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1.99포인트(0.06%) 오른 1만 9298.76에 장을 마쳤다. 3대 지수 모두 이날 사상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대선 종료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향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확신으로 증시에 몰려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상자산 시장에 쏠리며 거래 규모가 20조에 육박해 ‘국장’을 넘어섰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최근 24시간 동안(12일 오후 3시 기준) 약 19조 3263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져 전날 코스피·코스닥 시장 거래 대금(18조 2135억 원)을 넘어섰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거래 규모가 증시를 추월한 것은 올 3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침체로 투자자들이 해외로 이탈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이 폭등하자 새로운 투자처 발굴 차원에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2021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가상자산 ‘불장’을 경험한 투자자도 상당 부분 돌아왔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 팀장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가상자산 산업 발전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비트코인 선물 시장의 지표가 다소 과열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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