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의 주요 척도로 여겨지는 반감기 사이클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2023년 이후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까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존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이다. 대신 장기보유자의 매도 시점과 수익률 등 지표 분석을 통해 큰 손 투자자들의 자금인 ‘스마트 머니’ 흐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제임스 체크 체크온체인 창립자는 6일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린 ‘비트코인 서울 2025’에서 “전통적인 반감기 사이클은 이제 시장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투자자 행동이 바뀌는 시점을 포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크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 체크온체인을 창업한 인물로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가상자산 흐름과 투자자 심리 등을 분석하는 분석가다. 그는 이날 ‘반감기 사이클의 종말: 온체인 데이터로 예측하는 비트코인의 최고점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말한다. 4년 주기로 돌아오며 지난해 4번째 반감기를 맞았다. 비트코인은 1개의 블록(채굴 단위)을 채굴할 때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데, 21만 개 블록이 채굴된 이후에는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 통상 비트코인은 반감기를 전후로 공급 감소에 따른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상승장이 이어지고는 했다.
체크는 비트코인 시장이 2023년 이후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환경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1년 시장은 두 차례 1조 달러 돌파에 실패했지만 2024년엔 오히려 8개월간 1조 달러선을 반복하며 버텼다”며 “이후 곧장 2조 달러까지 돌파하며 가치를 입증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사이클은 30억 달러에서 시작했으니 100배 차이”라며 “2017년까지는 개인 중심의 시장 확산, 2022년까지는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의 성장, 그리고 2023년 이후는 성숙하고 주기적인 시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ETF 도입도 시장 성숙을 이끌고 있다고 봤다. 체크는 “ETF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 ETF는 현재까지 나온 ETF 중 가장 성공적이며 엄청난 자금 유입을 일으키고 있는 상품”이라며 “비트코인 ETF와 금 ETF의 추이를 비교해보면 비트코인 ETF 역시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유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체크는 성숙기에 진입한 비트코인 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이른바 큰 손 투자자나 장기투자자들의 행동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 그 자체가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과열 구간을 찾을 수 있고 사람들이 팔고 싶어지는 가격대 역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온체인 데이터를 소개하며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주요 지표도 언급했다. 체크는 “오래 전 매수해 보유하던 장기보유자들이 14일 연속 매도를 시작할 경우 이는 과거 고점들과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파생상품 시장에서 높은 레버리지로 진입하는 ‘덤 머니’(dumb money·비이성적 투자자) 의 움직임은 주로 고점 근처에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평균 2~3배 수익을 기록하게 되면 매도 유인이 커지고 시장은 과열된다”며 "이 때 스마트 머니는 매도하고 포모(FOMO·소외 공포증)에 휩싸인 덤 머니는 고점에서 뒤늦게 진입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때로는 하락하겠지만 결국에는 오를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7만5000 달러에 도달해도, 혹은 17만 달러를 찍어도 중요한 것은 그때 어떻게 행동할지 지금 결정해두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예측이 아닌 대비가 투자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 신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