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이 핀테크 애플리케이션 속에 스며들고 있다. 사용자 친화적 설계로 대중성을 확보한 핀테크 플랫폼들이 속속 디파이를 도입하면서 진입장벽으로 꼽혔던 디파이의 복잡한 사용성도 크게 해소됐다는 평가다.
23일 아르테미스와 볼츠닷에프와이아이(Vaults.fyi)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 ‘온체인 수익률: 데이터로 본 흐름과 향후 전망(Onchain Yields: What the Data Shows & What’s Next)’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들은 디파이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앱에 녹여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용자가 디파이라는 개념을 몰라도 예치만으로 손쉽게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대표 사례는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 PYUSD 보상 상품이다. 이 서비스는 페이팔 앱과 간편결제 플랫폼 벤모를 통해 제공된다. 사용자는 클릭 한 번으로 참여할 수 있다. PYUSD는 팍소스 트러스트가 발행하고, 미국 국채와 현금성 자산으로 100% 담보된다. 페이팔은 이 준비금을 초단기 국채 등으로 운용해 수익을 확보하고, 사용자에게는 연 3.7% 수준의 PYUSD를 매달 보상 형태로 지급한다. 보상은 온체인 기반으로 이뤄지지만 사용자 경험은 전통 금융 상품처럼 단순하게 설계돼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디파이 인프라를 활용한 예치 및 대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인 모포(Morpho)와 연계해 사용자가 보유한 비트코인(BTC)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대출받을 수 있는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구조를 통해 실행된 대출 규모는 이달 기준 3억 달러(약 4105억 5000만 원)를 넘어섰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코인베이스가 사용자 자산을 직접 보관하거나 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사용자가 예치하거나 대출 신청한 자산은 디파이 프로토콜인 모포를 통해 처리된다.
그러나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코인베이스 앱 화면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사용자는 복잡한 디파이 환경을 접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구조는 ‘디파이 멀릿(DeFi Mullet)’이라 불린다. 앞은 단정하고 뒤는 긴 ‘멀릿’ 헤어스타일처럼 전면은 핀테크 앱처럼 보이지만 실제 금융 처리는 디파이 인프라에서 이뤄지는 방식을 뜻한다. 보고서는 “플랫폼은 사용자 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부담 없이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이자 차익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이 핀테크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수익 기능이 내장된 스테이블코인은 물론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을 결합해 추가 수익 구조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핀테크 플랫폼은 이러한 구조를 통해 사용자에게는 보상을 제공하고, 자체적으로는 이자 차익·디파이 파트너 인센티브·거래량 증가 등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도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