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들이 가상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전히 입법 논의만 되풀이하면서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편입하기 위한 국회 입법 작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공개(STO) 등 주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돼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이뤄지는 탓에 후속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가상자산 현물 ETF의 경우 미국은 이미 지난해 초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현물 ETF를 승인해 운용 자산 규모를 1552억 달러(약 214조 원)까지 키웠지만 국내에서는 지난달에서야 뒤늦게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기초지수 부재와 커스터디(수탁사) 인프라 부족,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등으로 실제 상품 출시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발행 라이선스를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5월 발의됐지만 이달 중 발의 예정인 혁신법 등과의 통합 작업까지 고려하면 최종안 마련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홍콩 등의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당국은 이제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시범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TO 관련 입법도 여전히 표류 중이다. 지난해 10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제도화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동 걸었지만 12·3 계엄 사태로 다시 멈춰 섰다. 거듭된 입법 공전에 STO 업계는 인프라 구축·유지 비용을 감수하면서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샌드박스 기간 만료를 앞둔 조각투자 플랫폼들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도입했지만 STO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근본적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