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300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던 비트코인(BTC)이 하락하고 있다.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진 데다 이날 미국 의회에서 가상자산 법안 통과가 제동에 걸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BTC는 24시간 전보다 1.86% 내린 11만 7838.61달러에 거래됐다. 점이었던 12만 3000달러선 보다는 약 5% 하락한 수준이다.
주요 알트코인 중에서는 이더리움(ETH)만 전일 대비 2.63% 상승하며 3093.89달러를 기록했다. 솔라나(SOL)는 0.08% 하락한 162.34달러에, 엑스알피(XRP)는 1.50% 내린 2.90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BTC는 투자자들이 최근 급등장에서 얻은 이익을 대거 실현하면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투자자들은 총 35억 달러(4조 8590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했다. 올해 들어 하루 기준 최대 규모 중 하나다. 특히 차익 실현 총 35억 달러 가운데 56%인 19억 달러는 155일 이상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이었다.
미국 하원이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일명 ‘가상자산 3대 법안’ 심의에 나섰지만 본안 심사에 이르기도 전에 제동이 걸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3대 법안은 △클래리티 법안(가상자산 명확화 법안) △반(反)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감시국가법 △지니어스 법안(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등이다.
폴리티코와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이 이날 가상자산 법안을 심사를 위한 절차 표결(procedural floor vote)에서 196대 223으로 부결됐다. 절차 표결은 법안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규칙을 만들기 위한 사전 단계 성격의 표결로 이 단계가 통과돼야 법안의 심의와 표결이 가능하다. 절차적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표결 논의는 멈춰서게 된다.
법안 통과를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 미 하원 지도부는 이 법안들을 각각 심의하고자 했으나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는 이에 반대했다. 이들은 '지니어스 법안'과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을 묶고 '지니어스 법안'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지도부의 계획은 틀어지게 됐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총 13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이들은 하원의 강경파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이다.
두 개 법안을 묶어 수정하게 되면 이미 상원을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에 앞서 다시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표결 후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기자들에게 "의원들과 계속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조만간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빗썸에서는 BTC가 전일 대비 1.16% 상승한 1억 6115만 4000원을 기록했다. ETH는 3.37% 오른 422만 9000원, XRP는 1.43% 오른 3978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데이터분석기업 알터너티브닷미의 공포탐욕지수는 전일과 같은 73포인트로 ‘탐욕’ 상태다. 이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를 의미하며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 과열을 나타낸다.
- 신중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