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부 판매를 진행한 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측이 삼성 계열사를 이용한 이른바 삼성 마케팅에 나서자 해당 삼성계열사들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해당 암호화폐 발행을 추진하는 본사 역시 자신들이 발행하는 암호화폐와 삼성 계열사와의 관계는 왜곡된 채 투자들에게 잘못 전달됐다고 명확히 했다. 해당 코인의 판매 용역을 맡은 업체들이 와전된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8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발행 주체로 알려진 OOO코인은 네이버밴드와 카카오톡 등 SNS 채널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이들을 대상으로 최근 1차 프리세일(Pre-sale)을 진행했다. 프리세일은 초기코인공개(ICO) 하기 전에 해당 암호화폐를 일부 투자자들에게 선판매하는 단계다. 이 때는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이나 적용 분야, 작동 원리, 비전 등을 담은 백서도 나오기 전인 경우가 많으며, 실제 토큰도 없어 투자자들은 ICO 이후 토큰을 지급 받기로 약정받고 미리 돈만 입금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OOO코인은 삼성코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삼성 계열사가 OOO코인 발행에 협력한다는 소문이 돌면서다. 이 소문의 근원지는 블로그 및 모바일 메신저에서 떠도는 이른바 ‘지라시’(정보지). 소문이 확산되면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해당 코인과 삼성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특히 해당 코인을 개발한 업체가 단독 후원한 암호화폐 관련 포럼에 유명 국회의원이 다수 참석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실제로 OOO코인의 판매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삼성코인’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했다. 기자는 지난달 28일 해당 코인 개발 업체의 공식 블로그에 게재된 투자 문의처로 연락하자 자신을 ‘6명의 영업 대리점 사장 중 한 명의 파트너’라 소개한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OOO코인은 삼성 에스원과 기술협약을 맺고 개발 중인 코인”이라고 했다. 다만 취재가 시작된 이후 8일 현재 해당 업체 공식 블로그에서 해당 담당자로 연결됐던 투자문의 연락처가 적힌 포스팅은 내려간 상태다.
삼성 SDS와 에스원은 연관성을 일축했다. 삼성 SDS 홍보팀 관계자는 “삼성SDS 내 모든 사업부는 현재 암호화폐 관련한 어떠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사업계획 역시 전무하다”고 말했다. 삼성 에스원 홍보팀도 “삼성 에스원이 암호화폐 관련 업체에 기술제공을 하거나 그 외 사업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최종 확인했다”며 “OOO코인과 관련된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당 코인 개발 업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교회)에 자사의 상품인 세콤을 설치한다는 논의가 있음은 확인했으나 이는 단순 물리보안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삼성 에스원이 기술지원이나 지분투자를 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삼성 갤럭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삼성과 협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격”이라 설명했다.
OOO코인 발행업체의 대표 역시 삼성코인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OOO코인 발행사 A대표는 “코인 판매를 진행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처가 불명확한 정보를 왜곡, 확대해 잘못된 사실을 안내한 것”이라며 “현재 삼성과 자사의 관계에 대한 허위정보를 퍼뜨리면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회사 측에서도 대응 중”이라 말했다. A대표는 “OOO코인의 공식 에이전트를 사칭하는 이들이 투자자들이 보낸 자금을 OOO코인 관련 계좌로 입금 시켜 회사도 출처를 모르는 돈이 들어오는 등, 우리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곤혹스럽다”고도 설명했다. 삼성SDS 등과의 협업 사실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의 대표는 다만 “사업과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 자세히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답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에스원의 보안 설비 상품을 구매해 학교나 종교기관 등에 멤버십 보안 플랫폼 서비스(세콤)를 공급하려는 기업이 있다는 소문이 OOO코인의 암호화폐 이슈로 와전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의 프리세일이나 ICO 단계에서는 근거를 확인하기 힘든 소문이 떠도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추진 주체나 프로젝트의 실체를 알 수 없는 ICO 내지 프리세일에 참여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특히 백서 조차 배포된 바 없고, 특정 기업 과의 연계성 존재 루머 등만 있는 상태에서 막연한 기대만으로 투자했다가 나중에 루머 등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손실을 입는 경우 이를 보전받기는 매우 어렵다”고 경고했다. 프로젝트 추진 의사나 능력 없이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거나 권유 과정에서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경우 현행법상 사기나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될 수 있지만 형사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이미 투자 금액을 상당 부분 유용한 경우 완전한 피해보상은 요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투자자들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투자 여부를 숙고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피해 회복을 위해 투자권유 과정에서 추진 주체 측으로부터 전달, 교부 받은 문서나 공지글, 투자권유인과의 녹취, 입금 증빙 등을 잘 보관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연 인턴기자 drcherryberry@decenter.kr
-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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