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찰의 횡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해당 거래소에서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사 대상 거래소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거래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거래소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본지 3월15일자 10면 참조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소재 A거래소가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소식이 텔레그램 등 각종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다른 대형 거래소로 옮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검찰은 A거래소가 고객 자금을 대표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등 횡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거래소는 빗썸·코인원·코빗 등에 비해 후발 주자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암호화폐인 트론을 국내 거래소 중 최초로 상장시키면서 빠르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이탈로 최근 A거래소 거래량은 급감했다.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가운데 A거래소의 점유율은 이달 초 0.22%에서 이날 기준 0.12%로 반 토막이 났다.
투자자들은 A거래소에서 횡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잇따라 자금을 빼고 있다. A거래소에서 거래하던 투자자들은 빗썸이나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옮기거나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는 식으로 자금을 빼내고 있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중소 거래소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는데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아예 신뢰가 무너졌다”며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서둘러 거래소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A거래소가 현재 거래소 연합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에 가입해 있지만 협회의 자율규제를 받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이달부터 21개 거래소를 대상으로 자율규제 심사를 진행하고 보안 수준, 암호화폐 상장, 자금세탁 방지, 이용자 보호 등을 검토해 검증된 거래소만 회원사로 받을 계획이다. 이 때문에 문제가 터진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협회는 다음달까지 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A거래소처럼 투자자 보호가 허술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없다 보니 협회 자율규제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비트코인은 광고 규제가 겹치면서 폭락했다. 이날 오후3시 현재 1비트코인의 가격은 전날 대비 약 16% 급락한 7,701달러(약 820만원)를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페이스북에 이어 구글도 오는 6월부터 암호화폐 관련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암호화폐의 낙폭을 키우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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