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일상으로 확산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특성을 이해한 법률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년 내 암호화폐 자산거래가 금융투자 주류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가 이에 대한 대한 인식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싱가포르 기반의 암호화폐 펀드운용사 QCP캐피탈의 조슈아 호 대표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비욘드블록 서밋 서울’ 행사의 패널토론에서 “5년 뒤면 동아시아에서 암호화폐 자산 시장이 크게 성장해 펀드가 조성될 것”이라며 “이 경우 펀드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계약법이 필수적”이라고 전망했다. 호 대표는 QCP캐피탈을 설립하기전 싱가포르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스마트 계약은 이더리움이나 이오스 블록체인 등에서 쓸 수 있는 기술로 거래 당사자가 거래의 내용과 조건, 시행 시기 등을 미리 코드로 작성해 놓고, 조건이 충족될 때 이행이 강제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보험사가 날씨나 비행기 연착 등 조건이 갖춰질 경우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자동 지급되는 식이다. 현재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스마트 계약이 법적 효력을 지닐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호 대표는 “스마트 계약법이 없이는 스마트 계약도 있을 수 없다”며 “(암호화폐가 활성화될수록) 규제는 점점 기술적 난관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임무영 김앤장 미국변호사 역시 블록체인 시대에 대비해 법률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암호화폐를 수용하려면 현재 법을 바꿔서 증권법과 은행법, 유가증권의 하위법을 각각 새로 제정해야 한다”며 “5년 뒤에는 안정적인 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현재 국내 암호화폐 관련 법령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과 관련해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4차 산업혁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며 “규제가 곧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규제가 늦어져 암호화폐공개(ICO) 자금이 국내에 유치되지 못한 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임 변호사는 “자금이 들어오는 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상당히 많은 ICO가 진행되었는데 대부분은 퇴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암호화폐의 성격이 증권에 해당하는지가 현 단계 규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정 암호화폐가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해당 ICO는 각국의 증권 관련 법으로 강력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마야 부이노비치(Maja Vujinovic) 오그룹(OGroup)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암호화폐를 사실상 증권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실한 입장이 정립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도 “국내에서 ICO를 하게 된다면 해당 암호화폐가 증권인지 여부를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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