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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용어사전②]사토시 나카모토? 비트코인? 불특정 다수가 가진 힘은 크다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2008년 10월 인터넷에 이런 가명을 쓴 한 개발자가 홀연히 등장했다. 그는 A4 용지 9장 분량의 논문을 인터넷에 던졌다. 논문 제목은 ‘비트코인: 일대일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은행 없이도 거래할 수 있는 전자 화폐를 제안했다.

그는 누구일까. 일본인 개발자? 팀? 회사?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사토시에 대한 존재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지만, 부인하지도 않는다”는 묘한 여운만 남겼다. 일부에선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사토시란 주장이 나왔지만, 머스크가 “0.25비트코인을 가진 게 전부”라고 너스레 떤 글을 트위터 계정에 올리면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두 명 정도가 사토시로 언급된다. 한 사람은 호주 암호학자인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Craig Steven Wright), 다른 한 사람은 미국 포브스가 지목한 비트코인 최초 거래자 할 피니(Hal Finney)다.

라이트는 2016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비트코인 창시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관련 특허를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갖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 출신으로 퀸즐랜드 대학에서 컴퓨터과학과 핵물리학, 유기화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시드니에 있는 IT 솔루션 회사와 호주증권거래소(ASE) 등에서 컴퓨터 보안시스템 업무를 담당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100만 비트코인, 10조원 가량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 피니는 2009년 사토시가 테스트로 보낸 10비트코인을 최초로 받은 인물이다. 그가 낸 논문과 비트코인 논문의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피니도 라이트처럼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출신의 암호학자였다. 다만 포브스 기자가 그를 직접 찾아갔을 땐 루게릭(ALS) 병으로 전신이 마비돼 있었고, 2014년 8월 세상을 떠났다.

사토시 나카모토와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고 투자를 해 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 브룩 피어스 비트코인 재단 회장이다. 그는 “비트코인 탄생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기여했고, 사토시라고 꼽을 수 있는 인물만 해도 대여섯 명은 된다”며 “논문의 대표 집필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논문 속 이메일로 그가 누구인지 물어보면 어떤 답이 올까? 사토시의 메일 주소(satoshi@gmx.com)로 인사말을 보냈다. 결과는 ‘자동답장’(auto-reply)’. “불행히도 지금은 답장을 보낼 수 없다. 돌아오면 바로 답을 하겠다. 사토시 나카모토.(Unfortunately I am unable to reply to your e-mail at the moment. I will answer your e-mail as soon as I return. Satoshi Nakamoto)”

이제 와서 사토시가 누구라고 밝혀진 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브룩 피어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두가 사토시”라고 말했다. 그가 누구든, 그가 세상에 내놓은 논문 하나로 불과 10년 만에 세상은 크게 뒤바뀌고 있다.

비트코인 논문은 크게 ‘불신, 직접거래, 익명성’ 등 세 가지를 담고 있다.

첫째는 불신이다. 논문이 나온 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했고, 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번져갔다. 굳건할 거라 믿었던 글로벌 은행들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덩치 큰 이들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게 논문의 첫 번째 코드다.

두 번째는 ‘직접거래’다. 비트코인은 ‘거래, 네트워크, 프라이버시’ 등 3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개인간 분산화된 거래장부를 통해 은행도 필요 없고 거래 수수료도 필요 없는 세상을 그렸다. 마지막은 뛰어난 보안에 기반한 ‘익명성’이다.

사토시가 믿었던 것처럼 국가와 기업을 뛰어넘는 블록체인 세계가 열릴까. 그는 특정 회사나 소수가 쥐고 흔드는 세상보다 불특정 다수가 가진 더 큰 힘을 믿었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디센터유니버시티·보스코인

우승호 기자
derrid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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