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발행사가 암호화폐를 내놓으면, 가치는 시장에서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세이(SEY) 토큰은 서비스를 먼저 출시해 사용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으로써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이세호(사진) 한세예스24홀딩스 사업개발팀 이사는 지난 8일 디센터 기자와 만나 “예스24 같은 대기업이 스타트업 같은 방식으로 사업할 수는 없다”며 실체를 갖춘 블록체인 서비스를 강조했다. 이 이사는 IBM GBS, EY한영 등을 거친 컨설턴트 출신으로 3년 전 한세예스24홀딩스에 합류에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예스24, 한세실업, 동아출판, 에프알제이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사다. 지난 8월 이더리움 기반(ERC-20)의 SEY토큰을 발행하면서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예스24의 블록체인 사업 진출 선언은 단출했다. 홈페이지에 SEY 토큰의 백서를 게재하고, 발행 사실을 알렸을 뿐이다. 예스24가 국내에서 지니는 인지도와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다소 의외다. 이 이사는 “컨벤션 효과를 일으키고 화려한 외양을 보여주기보다 서비스를 하나하나 만들어나가 실생활 사용이 되는 블록체인을 만드는 게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예스24의 이 같은 전략은 현 단계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회사의 판단을 반영한 결과다. 이 이사는 “기존 스타트업의 경우 10개 중 1개가 성공한다고 볼 때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100개 중 하나가 살아남아도 성공”이라고 했다. 시장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데다 아직 블록체인이 지니는 기술적인 제약은 큰 반면 기업들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은 높다는 의미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지금처럼 서비스 없이 암호화폐만 존재하는 블록체인의 시장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가 서비스하려는 분야는 디지털 콘텐츠다. 웹툰이나 웹 소설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때 독자들이 주체가 돼 좋은 콘텐츠 발굴에 참여해 보상을 받고, 작가들도 기존 원고료 외에 암호화폐를 통해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게 SEY 토큰의 구상이다. 현재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독자들은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광고 수익을 얻으며, 창작자는 사업자가 주는 원고료를 지급한다. 예스 24 측은 인기작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창작자들이 생활고를 겪는 현실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보상을 확대한다면 양질의 콘텐츠가 더욱 많아져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이사는 “예스24는 사실 성공한 벤처의 대명사로 e커머스 등 IT 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역량이 충분하다”며 “현재 포털 빅2가 장악하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일까. 이 이사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가 블록체인을 적용했을 때 효용을 낼 수 있는 산업”이라고 했다. 그는 “디지털 콘텐츠의 특징은 B2B나 B2C가 아니라 창작자와 독자가 바로 이어지는 C2C 산업”이라며 “지금까지 구독량이나 재생횟수, 다운로드 횟수 등을 중간에서 기업이 확정하는 역할을 했지만 블록체인이 이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예스24는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 이사는 “예스24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시프트북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선 이곳에 암호화폐인 SEY 토큰을 적용해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는 현재 ERC-20형태의 SEY토큰만 발행한 상태지만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 역할을 할 전용 블록체인을 개발 중이다. 이 이사는 “디지털 콘텐츠가 유통되는데 특화한 형태의 블록체인이 될 것”이라며 “2020년 말께 베타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회사가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실제 이용이 가능하도록 토큰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이사는 “토큰의 가치가 변동한다는 말은 곧 이를 이용하는 서비스의 안정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의미”라며 “완전히 가치를 고정하지는 않더라도 가치의 변동성을 줄이도록 토큰을 디자인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이다.
앞서 티몬의 의장 신현성 대표도 테라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암호화폐를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설계했다. 티몬이나 배달의민족, 야놀자와 같은 기존 서비스에서 통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치 변동을 제한한 스테이블 코인이 적합하다는 게 테라 프로젝트의 판단이다. 한세예스24홀딩스 역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적합하다고 본다. 이 이사는 “가치 변동 제한 알고리즘은 자산 연동 방식이 아닌 토큰의 수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오는 12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SEY 체인에 대한 백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CO 계획과 관련 “현재로서는 ICO 진행 여부는 유동적”이라며 “필요하다면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판매보다는 토큰의 실사용처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달 말 SEY토큰으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SEY토큰 몰을 오픈한다”고 공개했다. 그는 “몰에서 SEY토큰이 현금처럼 쓰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직접 화폐 역할을 하지는 않고 구매를 위한 일종의 증표나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디자인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존 지급결제 수단의 보완재가 되는 형식이다.
이 이사는 “본격적인 SEY체인의 개발 작업에 대비해 기존 블록체인 기업, 인재와의 접촉을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ABF2018’의 일환으로 오는 27일 마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리는 ‘블록체인-핀테크 잡페어’에서 업계 진입을 원하는 인재와 직접 만날 계획이다. 우수 기업들은 직접 투자를 집행할 생각도 있다. 그는 “SEY체인이 진정한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디앱 서비스 등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국내 외 블록체인 전문가와 기업들과 함께 SEY체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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