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이 우리나라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임은 부인할 수 없다. 거래량도 글로벌 거래소와 어깨를 견준다. 국내에선 650명의 임직원을 둔 중견기업이기도 하다. 보유 현금(현금성자산 포함)만 9,918억원(2017년 12월 31일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여느 암호화폐 기업처럼 앞날은 불투명하다. 암호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으므로 수수료 수입도 크게 줄었다. 우리나라에 치중된 고객 기반도 약점이다. 빗썸에서 원화(KRW) 마켓의 중요성은 압도적이다. 바이낸스, 후오비, OKEx 등에 비해 글로벌 네트워크는 취약하다는 평가다.
2014년 설립된 빗썸은 2017년 암호화폐 가격 급등기를 거치면서 한 단계 도약했다. 그리고 얼어붙은 시장에서 다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빗썸 인수를 앞둔 BK컨소시엄은 ‘빗썸 시즌2’는 어떤 모습일까. 이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병건 BXA 대표는 ‘거래소 연합’, ‘증권형 토큰 발행(STO) 시장’, ‘BXA 토큰’을 빗썸의 핵심 무기로 내세웠다.
◇거래소를 연결해 유동성을 확보하라= 김병건 BXA 대표가 그리는 그림은 ‘연합군’이다. 암호화폐가 주로 거래되는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12개 나라의 거래소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이 그림이 완성되면 빗썸 역시 BXA 얼라이언스의 하나가 된다. 이런 방식은 각 국가의 규제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원펌(One firm)’ 시스템보다 현실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병건 대표는 “거래소에 있어 유동성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유동성 부족은 여러 거래소가 문을 닫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BXA 얼라이언스 내 거래소들은 서로 유동성을 공유하게 될 것이며, 얼라이언스 외부의 거래소에도 유동성 공유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거래소를 이끄는 기업과 협력해 함께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으로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별 거래소의 유동성 부족은 거래소 혹은 관계자의 자전거래, 펌프&덤프 등 사기적 거래, 마이닝 거래로 인한 거래소 토큰 가격의 급등락 등의 이슈와도 닿아있다. 즉, 최대한 많은 토큰에 대해 대량의 유동량을 확보한다는 것은 수급적인 면에서 고객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절대 시장에 없어선 안 될 대마(大馬)가 될 수도 있다.
BK컨소시엄에 일본, 미국, 중국, 영국 등 다양한 국가에 기반을 둔 전략적 파트너가 참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얼라이언스 구축을 위해선 빗썸의 내부 자금을 활용해 다른 국가 기반의 거래소를 인수하거나 투자해야 하며, 국가별로 ‘피’를 섞은 파트너들은 실무적으로 큰 지원군이다.
김병건 대표는 “각국의 규제가 다르고 기술적인 기반도 필요해 유동성 공유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유동성 공유는 아마도 내년 하반기 정도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2의 먹거리 STO, 라이선스를 득해라= 김병건 BXA 대표는 27일 기자회견에서 STO를 여러 번 언급했다. 그는 “ICO뿐 아니라 새로운 추세인 STO 및 기타 자산 발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빗썸은 지난 11월 1일 미국의 핀테크 기업인 시리즈원(SeriesOne)과 계약을 맺고 증권형 토큰 거래소 구축을 위한 투자와 기술 지원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즈원은 내년 상반기 중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인가를 받아 증권형 토큰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서 증권형 토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SEC로부터 대체거래소(ATS) 라이선스를 취득해야만 한다.
빗썸의 대주주가 될 BXA가 STO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데에는 기존 ICO 시장이 침체된 점도 반영이 되었겠지만, 그보다는 잠재적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에 이미 발행된 다양한 종류의 증권이 디지털화된다면 그 규모는 현재 암호화폐 시가총액의 수 십 배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일각에선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STO 시장 중 압도적으로 중요한 국가다. 증권형 토큰의 발행과 유통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하고,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 역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강조하면서 “라이선스를 받는 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XA를 현실 및 크립토 세계에서 모두 먹히게 하라= BXA는 같은 이름의 토큰 BXA를 오렌지블록을 통해 적격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프라이빗 세일은 거의 마무리되었으며 12월 중순부터 토큰은 투자자에게 배분되기 시작했다.
토큰 BXA는 빗썸과 예비 대주주인 BXA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토큰의 가치에 따라 BXA가 짜 놓은 얼라이언스 구축 등 다른 계획의 성사 여부도 영향을 받게 된다. 토큰 BXA는 얼라이언스의 거래소에서 수수료나 기축통화로 활용됨과 동시에 현실세계에서의 지불결제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건 대표는 “BXA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거래소들에서 여러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역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마켓이나 비트코인마켓처럼 BXA마켓도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XA는 동남아시아의 유명 이커머스 업체와도 실제 BXA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XA의 비전은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금융기관= 김병건 BXA 대표는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금융기관이란 비전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즉, 규제의 완벽한 준수를 전제로 법정화폐 채널, 각종 라이선스, 기술, 고객 등의 자원을 통합해 암호화폐 거래, 실시간 결제, 증권화 토큰 발행과 유통, 기타 파생상품과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BXA는 이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김병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BXA는 메인넷, CEX, DEX, DCEX, R1 프로토콜, 월렛 등 글로벌 사업 추진에 필요한 원스톱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거래, 신탁, 자산위탁관리, 증권, 은행 등과 관련한 라이선스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확보하는 중이며, 각 국가의 법규와 규정에 맞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건 BXA 대표는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를 위해선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단 입장이다. 김 대표는 “BXA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업체와 유동성 보유업체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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