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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후오비도 넘지 못한 벽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의 24시간 거래량은 7억달러(약 7,8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3배, 코인원의 40배 규모다.

후오비는 작년 3월 우리나라에 진출했는데, 후오비코리아의 하루 비트코인 거래량은 후오비 글로벌 거래량의 약 25% 수준이다. 한국 시장에서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후오비코리아 고객들은 작년 말까지도 원화로 암호화폐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원화마켓이 지원되지 않으니 사용자들의 불편이 컸을 터. 원화를 지원하는 거래소는 이미 시장에 차고 넘친다.



후오비의 명성에 걸맞게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싶었을 것이다. 후오비코리아는 출범 10개월 만인 지난 3일에야 원화마켓을 오픈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연내 원화마켓을 열겠다”는 약속과 함께 ‘실명계좌’ 연동을 시사하기도 했다.

후오비라는 든든한 뒷배를 둔 호기일까, 아니면 모회사에 비해 초라한 위상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였을까. 후오비코리아는 원화마켓 오픈을 예고하며 대대적인 수수료 무료 이벤트도 실시했다. 마침 케이뱅크와 협력설이 나돌았다.

대형 거래소 후오비코리아의 이 같은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실명계좌의 물꼬가 막힌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낼 것인지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본 것. 수수료 무료 마케팅까지 할 정도니 뭔가 있긴 있나보다 했다. 후오비 그룹의 빠른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와 질투도 나왔다.

은행권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기업은행, 농협, 신한은행 등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3사는 모두 같은 대답을 내놨다. “확인해 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저희 은행은 아닐 겁니다.” 협력설이 불거졌던 케이뱅크마저 손사래를 쳤다. “어디서부터 실명계좌 지원 이야기가 시작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법인 펌뱅킹 서비스를 오픈하고 가상계좌 등 관련 업무를 확대하는 시기였을 뿐입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반복되는 해명에 지쳤는지 서둘러 전화를 끊기 바빴다.

후오비코리아는 원화마켓 오픈을 한 차례 연기했다. 그 사이 업비트 검찰 기소 소식까지 들려왔다. 뭔가 무거운 분위기가 더해졌다. 후오비코리아는 결국 지난 3일 원화마켓을 열었으나 여타 중소 거래소와 같은 ‘법인계좌’를 선택했다. 중소 거래소들의 우회로였던 법인계좌로 후퇴한 것.후오비 이름에 걸맞지 않게 체면을 구긴 셈이다.

후오비코리아 관계자의 해명은 이랬다. “출범 당시부터 실명계좌를 위해 여러 은행의 문을 두드려왔다. 실명계좌 확보가 미뤄졌고 지난해 11월에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이라 원화마켓 오픈을 예고할 수 있었다.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이번 달 법인계좌를 통해서라도 원화를 지원하게 됐다. 현재는 법인계좌로 원화마켓을 오픈 했지만, 실명계좌로 바뀔 가능성은 열려있으니 지켜봐 달라.”

지난 2017년 12월 금융위원회가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한 이후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서비스 제공을 사실상 중단했다. 그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와 은행 간에는 실명계좌를 “열어 달라”, “잘 알면서 왜 그러냐. 못한다” 씨름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은행, 거래소가 다 아는 펀법인 ‘법인계좌 우회’를 언제까지 이대로 놔둬야 할까. 후오비도 넘지 못한 이 모르쇠의 벽에 올해는 작은 실금이라도 가는 것일까.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신은동 기자
edshi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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