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훈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7일 디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암호화폐 시장을 이같이 전망했다. 또 2019년엔 성장할 암호화폐와 도태될 암호화폐를 나누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봤다. 한 센터장은 “2017년이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한 해였다면 2018년은 이를 되돌아보는 한 해였다”며 “2019년부터 정말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은 그야말로 ‘크립토 겨울’이었다. 2017년 승승장구하던 암호화폐 시장은 2018년 내내 하락의 길만 걸었다. 하지만 한 센터장은 이 같은 현상을 단순 하락이 아닌, 현 기술 수준에 맞는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봤다. 그는 “비트코인 지갑 보급률이 전 세계적으로 1%가 안 되는데, 이는 IT버블 당시 인터넷 보급률이었던 7~8%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기술 상용화 수준에 비해 가격 상승시기가 너무 빨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다시 상승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기술 수준에 맞는 가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하락장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상용화 부재를 꼽았다. 2019년을 옥석 가리기의 해로 전망하는 이유다. 한 센터장은 “암호화폐가 새로운 화폐가 될 것처럼, 아니면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처럼 묘사됐는데 1년 넘게 상용화 사례가 없었다”며 “규제도 가격 하락의 촉매제가 됐지만 IT버블 당시 주가 하락처럼 실제 상용화가 안 되면서 가격 거품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된 백서 내용이 실제 상용화될 수 있는지, 블록체인 기술이 꼭 필요한 프로젝트인지를 증명하는 게 옥석 가리기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가격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더했다. 주식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가 보기에 지금까지 등장한 암호화폐 가격 전망의 근거는 전통 주식시장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다. 한 센터장은 “전통 주식시장에서는 실적과 PBR(주당순자산비율), PER(주가수익비율) 등을 따져 가격을 전망하는데 암호화폐 시장에선 이런 게 없다”며 “앞으로 가격예측 기법들이 나오긴 하겠지만, 현재로선 예측이 무리”라고 강조했다.
한 센터장은 올 한 해 미국을 선두로 국가 간 제도화 경쟁도 벌어질 것으로 봤다. 비트코인 ETF 승인 등 제도화가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털 자산은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은 ETF를 먼저 승인하는 등 패권을 쥐고 싶어한다”며 “미국이 선두로 나서면 다른 경쟁 국가에서도 이를 따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ETF 승인에 대해선 “시기를 올해로 정확히 특정할 순 없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에 미국에선 기관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ETF를 언젠가 승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센터장은 올해 암호화폐 시장 트렌드로 손꼽히는 STO(증권형토큰공개)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장밋빛 전망만 내놓기보다는 경계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ICO(암호화폐공개)를 한 곳 중 스타트업을 제외하면 (재정상황이) 힘든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STO 시장에서도 폐허 같은 건물이나 안 팔리는 그림의 지분이 토큰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는 STO가 잘 될 것 같지만 지나친 낙관적 전망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영·김흥록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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