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해킹과 거래소 매각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빈이 결국 파산 절차를 밟는다. 거래소 대표와 전 본부장은 비트코인 520개 분실 등 파산 원인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박찬규 코인빈 대표는 서울시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파산 신청과 그 경위를 설명했다. 파산 사유는 내부 직원의 고의 또는 횡령 목적의 범죄행위로 인한 자산 손실 및 부채 급증이다. 박 대표는 전 유빗 거래소의 대표이자, 직전까지 코인빈 거래소 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이 모씨가 비트코인(BTC) 520개가 들어있는 지갑의 프라이빗키를 분실했으며 이 때문에 회사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코인빈 거래소는 오늘 오후 3시 거래소 서비스 중단 공지를 올렸으며 모든 코인과 현금의 입출금이 중단된 상태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코인빈 거래소측은 이 씨가 사용하던 노트북을 회수해 전문 데이터 복구업체에 맡겼으나 프라이빗키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코인빈 거래소를 이용하던 4만 여명의 회원들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 대한 피해 금액은 현재 비트코인 가격 기준 약 23억 원이다. 박 대표는 “현재 이 전 본부장과 코인빈은 지난 번 해킹사건과 관련해 DB손해보험과 손해보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며 승소시 약 30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고 이를 피해자 손해 보상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패소 시 대책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박 대표는 “여러 정황을 볼 때, 이 전 본부장의 모럴 해저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본부장은 코인빈 거래소의 전신인 유빗 거래소에서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근무했으며 지난 해 12월 말까지 코인빈 거래소의 지갑 및 거래소 시스템 운영관리 등의 중책을 맡아왔다.
박 대표는“이 전 본부장은 블록체인 관련 특허와 저서가 있는 등 전문가인데, 그런 그가 프라이빗 키를 분실하고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삭제해버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 사람에게 지갑을 맡기는 것이 불안해 러시아에서 암호화폐 보안 전문가를 만나기로 한 전날 사건이 터졌다는 것도 믿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전 본부장은 이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코인빈의 출금체계는 암호화폐가 든 종이지갑(콜드월렛)에서 핫월렛으로 이동시켜 암호화폐 이체를 진행하고 비어있는 다른 종이 지갑을 만들어 남은 암호화폐를 넣어놓는 방식이다. 그는 ”종이지갑을 만들면 새로운 프라이빗 키가 생기고 복구해야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기존 정보를 전부 지워버리면서 새 프라이빗 키를 저장해두지 못했다“며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분실한 이더리움(ETH) 101.2개(약 1,580만 원)에 대해서도 20일까지 개인적으로 구입해 회사지갑에 넣기로 했으나, 대표와의 설전이 벌어지며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인빈은 지난 2017년 12월 270억 원 규모의 해킹 사고를 겪은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을 인수한 거래소다. 유빗 역시 지난 2017년 4월 55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입은 거래소 야피존을 이어 서비스해 온 거래소다. 두 번이나 해킹 사고를 겪은 거래소의 지갑 관리자를 어떻게 거래소의 중역으로 앉힐 수 있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거래소 관리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며, 이후로도 보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거래소를 운영해왔다”고 해명했다.
코인빈 거래소의 파산 신청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린다. 파산 신청 이후 코인빈 거래소의 피해는 유빗 거래소의 피해금액 270억 원과 이번 프라이빗 키 분실 사건의 피해금액 23억 원을 합한 293 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 대표는 “1차 피해금액의 경우 대부분 갚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서연기자 minsy@decenter.kr
-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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