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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독점의 운명...새로운 강자의 이름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이 독점 및 불공정 경쟁 조사를 받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일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칼을 빼든 것. ‘삼국지’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분열이 오래되면 합쳐지고,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갈라진다.(話說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IT 세계의 독점 기업들의 운명도 분할로 마무리될까. 기업의 역사, 특히 당대 최고 기술 기업이 어떻게 독점적 지위에 올랐고, 어떻게 쪼개졌는지 생생한 사례가 있다. 바로 AT&T다.

160년 전 미국의 통신 사업은 웨스턴유니온이라는 거대 기업의 독무대였다. 전신-전보 사업을 독점하면서 언론과 결합,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줄 정도였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웨스턴유니온과 전신 사업은 1877년 설립된 작은 스타트업과 괴짜 발명가 한 사람에 의해 몰락의 길로 접어든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한 것.

벨은 특허전문 변호사 가드너 그린 허버드의 투자를 받아 벨전화회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웨스턴유니온을 무너뜨리고 미국의 전화, 통신 사업을 통일하게 된다. 미국전신전화회사(American Telephone and Telegraph Company), AT&T도 그 시작은 스타트업이었다.

웨스턴유니온은 전화라는 새로운 기술 상품을 몰랐을까. 아니다. 웨스턴유니온은 벨의 전화기보다 더 우수한 성능의 전화기와 서비스를 가지고 있었다. 벨의 전화기는 당시에 성인들의 장난감 취급을 받았다. 더구나 웨스턴유니온은 당대 최고 발명가인 에디슨에 의뢰해서 벨보다 더 좋은 전화기를 납품 받고 있었다. 벨의 유일한 무기는 전화기에 대한 특허였다.

사업적으로 웨스턴유니온을 깰 수 없다고 판단한 벨과 허버드는 “10만달러에 벨의 모든 특허권을 사라”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만약 웨스턴유니온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미국과 전세계 통신사업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여기서 거대한 판단 착오가 일어난다. 웨스턴유니온 경영진은 전화가 전신을 보완하는 보조적인 상품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했다. 전신 사업에서 막대한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라는 신상품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던 것.

특허권 매각 협상이 결렬되자 벨은 웨스턴유니온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누가 봐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역사는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웨스턴유니온이 악명 높은 기업 사냥꾼 제이 굴드의 공격을 받은 것. 주식을 몰래 매집한 굴드는 부패하고, 관료화된 공룡 기업과 그 경영진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벨과의 특허 소송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어진 웨스턴유니온은 협상으로 소송을 마무리짓고 만다.

“웨스턴유니온은 자사의 전화기를 벨전화회사에 대여해 주고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 대신 벨은 전신시장에 진입하지 않는다.” 벨은 전화시장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권을 따냈다. 10만달러에 전화 시장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웨스턴유니온은 기존 전신 사업에만 집착했다.

두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벨은 미국 전화 시장을 휩쓸었다. 벨의 중흥을 이뤄낸 테오도르 베일은 중소 규모의 독립전화회사들을 하나씩 인수했다. 그는 회사 이름을 AT&T로 바꾸고, 최강 통신기업의 수장이 됐다. 전신 사업에 몰두한 웨스턴유니온은 통신시장의 변화에서 영원히 밀려났다.

통합과 독점은 분열과 분할의 다른 이름이다. AT&T가 천하통일을 한 후 견제가 시작됐다. AT&T의 베일 회장은 공공연하게 “독점이 국가와 소비자에 이롭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독점 기업이 독(毒)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하고, 1906년 셔먼 반독점법을 제정했다. AT&T는 법무부와 긴 소송 끝에 7개 지역 전화사업자로 강제 분할 당하고 만다. 셔먼 법에 의해 석유 독점 기업 스탠다드오일도 34개 기업으로 쪼개진다.

정보통신 기업의 흥망을 독점과 반독점, 기존 기술과 신기술의 경쟁 관점으로 풀어 쓴 ‘마스터 스위치’라는 책이 있다. 저자인 팀 우는 “역사는 무엇이든 지나치게 오랫동안 폐쇄되면 새로운 발명의 습격을 받을 때가 무르익게 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신-전화-라디오-영화-TV-인터넷으로 이어지는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과 기업들의 운명은 통합과 분열의 역사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시대는 다른 시대를, 독점은 분할을 잉태한다. 중앙집중화된 인터넷 서비스와 빅4도 역사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빅4의 아성에 도전하는 새로운 기술, 그 이름은 무엇일까. 구글에, 애플에, 아마존에, 페이스북에 도전하고 싶은가. 최근 빅4가 조용히 주시하는 것, 은근히 견제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라. 무거워진 공룡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틈이 반드시 있다. 벨의 전화기도 전신 기술을 개선하려다가 우연치 않게 세상에 나왔다.

일단은 특허를 챙기시라. 벨이 그랬던 것처럼. 탈중앙화를 기치로 내걸고 인터넷의 약점을 파고드는 블록체인 기술도 ‘그 이름’이 될 후보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기술의 역사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James Jung기자 jms@decenter.kr

정명수 기자
jms@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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