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분수령에 도달한 순간이다. 페이스북은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즈니스 판을 짜고 있다.”-마크 메이 시티그룹 수석 인터넷 애널리스트
리브라의 성공은 크립토 진영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대량 사용’의 기회인 동시에 가치 변동성이 심하고, 실적용이 요원한 다른 암호화폐의 종말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지위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비트코인도 그간 누려왔던 ‘암호화폐의 암호화폐’라는 명성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 대량 사용 시대가 열렸을 때, 플랫폼으로서의 처리 속도,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 저장성,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크립토 진영 일각에서는 리브라가 탈중앙화 원리에서 벗어나 있고, 페이스북이라는 거대 기업이 거래 데이터를 독점하는 돈 벌이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평소 루비니와 대립각을 세우던 아이코닉의 패트릴 로리 CEO는 루비니 교수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트윗을 던지기도 했다. 로리 CEO는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와 트윗하는 과정에서 “루비니 교수가 집중화된 금융 서비스의 위험을 이해하는 것 같다”며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를 팔아 넘길 것이고, 사용자의 구매 습관, 가처분 소득이 모두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브라 백서에는 27개 협회 참여 기업들이 우선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초기 투자도 하지만 리브라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네트워크를 개방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비트코인 인플루언서인 안드레아스 안토노폴로스는 “페이스북이 리브라 블록체인에 대해 통제권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며 “리브라가 페북 소유가 아니라는 말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중앙화 모델로 시작한 리브라가 탈중앙화로 나아간다는 것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
20억 명 이상의 소비자와 다양한 가맹점을 새로운 방법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존 암호화폐 진영과 페이먼트 프로젝트와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시티그룹의 마크 메이 수석 인터넷 애널리스트는 “리브라는 우리가 알고 있던 암호화폐와는 다른 접근법을 쓰고 있다”며 “당일 배송 같은 이커머스의 부분적인 개선이 아니라 소비자와 가맹점을 연결하기 위한 커뮤니티의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역사적인 분수령에 도달해 있으며, 비판에 직면해서도 혁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 수석이 이 같은 분석을 하는 이유는 리브라 협회에 참여키로 한 기업들이 각자 거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자, 페이팔 등 결제 부문 뿐 아니라 우버, 코인베이스 등 공유 경제와 크립토 시장에서도 고객 베이스가 탄탄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에 이들 협회 참여 기업들이 가세하게 되면 과거에 보지 못한 새 판이 놓여진다는 주장이다.
리브라의 이 같은 구상이 구체화됨에 따라 기존 암호화폐 진영에서 파편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이커머스, 서플라이 체인, 국제 송금 등의 프로젝트들이 강력한 경쟁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James Jung기자 jms@decenter.kr
-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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