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누가 나의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할 것인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슈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계에서 단일 바이어로 가장 “큰 손”은 누구일까? 아마도 미국 연방정부일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2018년 회계연도 조달계약 (물품 및 서비스) 총액은 5,600억 달러가 넘으며, 여기에 주정부 조달까지 합하면 1조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조달시장과 마찬가지로 소기업, 약자기업보호 등의 예외적인 측면은 있으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투명한 조달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전세계 우수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시장이다. 또한 WTO정부조달협정과 한미FTA로 인하여 상당 부분이 우리나라 기업에게 개방된 지 오래되었고, 미국 조달담당자들의 외국산에 대한 인식도 그 동안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미 연방정부가 IT분야를 외주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고, IT조달은 특성상 일단 수주를 하면 장기간 운용, 정비를 통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분야이다. 필자가 최근 연방정부 및 몇 개 주의 조달 현황을 조사하여 본 결과 블록체인 관련 정부조달은 아직 소규모로 기술 채택의 단계상 매우 초기에 있으며, 공공분야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대하여 고려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미국 정부조달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이고, 기술적 변화를 채택하는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미연방, 주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코(Cisco)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블록체인 시장이 2021년까지 9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또한 전문연구기관 IDC거번먼트인사이츠(IDC Government Insights)의 예측에 따르면 미 연방정부의 블록체인 관련 지출이 2022년까지 1억2,000만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였는데 이는 2017년 대비 1,000%의 수치이다. 미연방정부의 블록체인 조달 관련 문건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정부 기관의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공공정보의 저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과 정부조달시장의 가능성이 우리나라 기업에게 주는 기회는 무엇인가?
미지의 영역
정부조달에 처음 진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현재 정부와 계약을 맺고 있는 기업(incumbent)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승리하느냐이다. 인컴번트는 이미 정부계약의 수행을 통하여 실적(track record, reference)과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부측에서 현재 서비스나 제품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음 입찰에서 승산이 있을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IT분야에서는 미국 정부기관과의 실적이 없는 기업이 큰 규모의 정부조달 계약을 수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은 정부기관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바이어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따라서 우리기업이 정부와 함께 유의미한 경험과 실적을 쌓아 간다면 미국을 비롯한 해외정부조달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공공부문에 적용될 수 있는 선도적인 블록체인 기술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 관련 블록체인 기반 유통이력 관리 시스템, 탄소배출권 이력관리 등의 정부차원에서의 성공적 활용사례를 만들 수 있다면, 미연방정부를 비롯한 해외 공공기관에 수출할 수 있는 효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美 정부조달시장 진출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Gradatim Ferociter (Step ferociously 한 걸음 씩 용감하게)
위 문구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모토라고 한다.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는 있을 것이나,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고 일을 진행한다면 모래성을 짓는 것과 같이 기초가 불안하여, 추후에 문제가 발생하여 큰 손실을 입고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정부조달진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무엇인가?
첫째, 자사의 상대적 특성, 경쟁력, 미조달시장에서의 잠재력 등을 분석하고 관련시장 진출 전략을 도출하여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 관련 민수(상용)시장도 분석하여 조달 및 민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가지는 것도 효율적일 수 있다.
둘째, 사업의 특성에 따른 라이선스, 등록 등 법적 요건 및 관련 정부조달규정 검토하여야 한다.블록체인 업계의 경우 미연방정부에서 조만간 새로운 규제나 표준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셋째, 미국 현지화 방안에 대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정부조달계약의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권장한다. 현지 법인의 중요한 이점의 하나는 연방정부, 주정부 조달 시 자국기업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자국 소기업보호정책을 위하여 별도로 책정된 조달기회를 수주할 수 있는 자격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소기업보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주의 일정 비율 이상이 미국 시민이어야 하는 조건이 있음)
넷째, 로컬, 주, 연방정부, 프라임컨트랙터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타겟을 3-5개 정도 선정하여 영업활동 수행한다. 이와 연계하여 정부조달 행사, 관련 컨퍼런스 참석하고, 관련 협회에 가입하고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또한 블록체인 입찰 정보를 수집하거나, 가능한 경우 조달 소요를 창출하는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현지에 우수한 영업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모든 조달 기회가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입찰 정보에 대한 분석, 고객에 대한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영업활동을 통하여 수주 확률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RFP (Request for Proposal)이나 RFI (Request for Information) 등의 정보가 공개되면, 그 내용을 상세히 분석하고 정확한 답변을 작성하여야 한다. 마침내 정부계약을 수주한 경우, 계약을 최종적으로 체결하고 계약위반이 되지 않도록 일정과 조건에 맞추어 수행한다. 일부 계약의 경우에는 조달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등 법률이슈가 발생하므로, 이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필요한 경우 하청계약을 하는 경우에도 컴플라이언스 항목이 “flow-down” (하청업체가 주계약자와 같은 의무를 지는 경우를 지칭)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사전에 계약조건에 명확히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시장에 숨겨진 수요는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전세계의 뛰어난 기업가, 프로그래머 등이 함께 국경의 경계선이 없이 경쟁하는 유래가 없는 글로벌 산업이다. 문자 그대로 무한경쟁의 블록체인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비밀을 찾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힘든 작업이 될 필요는 없다. 당신이 찾고자 하는 비밀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 있을지 모른다./법무법인 한결 엄태진 미국변호사
-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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