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스 생태계가 새로운 거버넌스를 도입하고자 논의 중이다. 골자는 EOS BP(Block Producer)에게 돌아가던 보상의 일부를 일반 EOS 보유자에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오스 네트워크를 운영할 역량이 되지 않으면서 보상만 챙기는 BP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BP가 아닌 일반 EOS 보유자는 새롭게 발행되는 EOS를 보상으로 받을 수는 없다. 이는 BP가 독점한다. BP는 이오스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대표자다. 상위 BP 21개는 블록 생성을 담당하고, 또 이오스 네트워크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상위 BP 21개를 액티브 BP라 한다. 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스탠바이 BP(Standby BP)가 존재한다. BP는 새로 생성되는 EOS 발행량의 1%를 보상으로 받는다. 총 보상의 25%는 상위 BP 21개가 가져간다. 나머지 75%는 BP 투표율에 따라 스탠바이 BP에게 배분된다.
BP는 EOS 보유자의 투표로 선출된다. 투표 권한을 얻기 위해선 스테이킹을 해야 한다. EOS 보유자는 프록시(proxy) 계정에 투표권을 위임할 수도 있다. ‘프록시’란 대리인이란 뜻이다. 이 계정에 투표 권한을 위임하면 프록시 계정은 EOS 보유자를 대신해 BP 후보에 투표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도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은 자체 보유분 EOS와 거래소 회원이 보유한 EOS로 EOS BP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빗썸이 투표에 참여하고 나서 신설된 프록시 계정 18개로 빗썸의 EOS 3,000만 개 투표권이 위임됐다. 이기호 이오스 얼라이언스 한국 커뮤니티 매니저는 “빗썸 계정에서 이동한 3,000만 개의 EOS로 투표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아 빗썸이 이 프록시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해당 18개 프록시 계정이 주로 투표한 국내 BP 후보에는 이오서울(EOSeoul), 헥슬란트(Hexlant), 아크로이오스(AcroEOS), 덱스이오스(DEXEOS) 등이 있다. 또 이 프록시 계정이 투표한 BP 후보에는 전에 없던 계정 7개가 눈에 띈다. bptothemoon1, eosathenabp1, eosbestbpio1, eosrainbowbp, eosunioniobp, eoszeusiobp1, stargalaxybp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BP들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업계에선 빗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BP라는 소문이 돈다. 이기호 매니저는 “빗썸 계정이란 의혹만 있을 뿐”이라면서도 “배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스탠바이 BP인 ‘알로하이오스(Aloha EOS)’는 앞서 언급된 계정 중 다섯 계정(stargalaxybp, eosrainbowbp, eosathenabp1, eosunioniobp, eoszeusiobp1)을 BP에서 제거하자는 제안을 했다. 해당 계정이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호 매니저는 “BP가 따라야 할 자율 규제안 같은 게 있다”며 “위치를 등록하고, BP끼리 진행하는 미팅에 참여하고, 업데이트할 때 테스트에 참여하는 등의 자율규제안에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이 매니저는 “해당 계정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니 BP에서 지워버리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BP가 순위에 올라서면, 실질적으로 이오스 네트워크 개선에 적극적인 BP가 순위에서 밀린다. 이오스 뉴욕(EOS Newyork)이 대표적이다. 이오스 뉴욕은 EOS 출범에 영향을 끼친 초기 멤버 가운데 하나다. 맥스 초(Max Cho)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오스 커뮤니티 멤버는 “이오스 뉴욕 같은 데가 상위 BP 21위 순위권에 근접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오스 뉴욕은 BP 순위 36위다. 이오스 뉴욕은 지난 21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빗썸이 이오스에서 허수아비 계정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ithumb Official shown to conclusively support sock puppets on EOS)”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기호 매니저는 “조금씩 결이 다르긴 하다”면서도 “이들이 제안한 거버넌스의 핵심 내용은 인플레이션에 해당하는 EOS 발행량 일부를 일반 EOS 보유자에게도 나눠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EOS 발행량의 1%는 원래 BP 차지였다. 이를 일반 EOS 보유자에게 스테이킹에 대한 보상으로 제공하자는 것이 댄 라리머와 이오스 뉴욕이 제안한 거버넌스의 공통점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에게 인플레이션률에 해당하는 EOS가 돌아가기 때문에 기존에 BP가 받는 보상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이기호 매니저는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보상만을 위한 BP를 만들 유인이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블록원은 BP 투표에 참여한다고 공표했다. 블록원의 EOS 보유량은 9.5% 정도다. 블록원이 새로운 거버넌스를 레퍼렌덤에 올리면 대략 9.5%의 찬성표는 확보가 된 셈이다. 이기호 매니저는 “나머지 5% 정도만 커뮤니티에서 확보하면 되니 이 방법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맥스 초 이오스 커뮤니티 멤버도 “15%는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댄 라리머와 이오스 뉴욕의 제안이 결합이 된 거버넌스가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스 초는 “새로운 제안이 실제 실행됨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거래소가 현재처럼 고객의 EOS로 이득을 챙기는 행태가 계속되면 그들은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스테이킹을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다른 거래소로 고객들이 EOS를 빼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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