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과 2018년은 암호화폐 가격이 하루아침에 천장까지 상승했다가 폭락하는 일촉즉발의 해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2019년이 블록체인 산업의 거품이 줄어드는 조정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했다. 이제 202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자년(庚子年)의 대한민국 블록체인 산업은 어떻게 될까? 디센터에서 국내 내로라하는 리더들에게 내년 블록체인 산업의 전망을 물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본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용자를 확보한 대형 거래소가 점차 암호자산 기반 파생상품 거래와 암호자산 운용 사업을 본격화하고, 나머지 작은 회사들은 대형 거래소가 베끼기에 시간적 장벽이 있거나 따라 하기 껄끄러운 틈새 사업을 날카롭게 노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에는 대형 플랫폼사가 운영하는 블록체인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을 써야 하는 이유는 사용성보다 익명성이라 보기 때문에 길게 보면 운영의 주체가 모호한, 보다 범용적으로 개발되고 이용되는 블록체인이 다시 관심을 받는 날이 올 것이라 전망한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개인의 정보를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또한 커지고 있으며, 자기주권신원 시대의 도래 또한 머지않았다. 내년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돼 1분기 서비스 상용화 예정인 마이아이디(MyID)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시작으로 금융, 공공, 민간 등 전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 예상하며, 나아가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 간 연동 모델로도 확대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스마트산업단지 조성에 있어서도 공공 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 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선구적 사례들을 토대로 블록체인은 디지털 경제사회 다방면에서 필요로 하는 실질적 솔루션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김균태 해시드 파트너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힘을 쏟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증권과 금융자산 토큰화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눈치채기 힘들지만, 블록체인 백엔드를 활용한 앱과 결제 솔루션들이 점차 등장할 것이고,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 또한 블록체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은 블록체인 기술이나 암호화폐를 활용한 서비스·앱들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다. 게임·금융·이커머스 분야에서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유저들도 조금씩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실제 서비스에서 활용하는 경험을 하면서 학습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규제 당국도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빠르게 학습하고 타 국가들과 논의하며 지원 및 규제할 가능성이 크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세계적인 흐름을 인지하고, 빠르게 민간기업들과 논의하며 기회를 모색하는 게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요구될 것이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2020년은 블록체인 조정기를 끝내고 도약을 준비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블록체인과 암호자산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미성숙한 사업모델들은 조정기를 거치면서 정화작용이 일어나고 있으며, 현실적인 활용 모델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이 AI, IoT, 빅데이터와 결합해 기본 인프라로서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예상되는 주요 변화는 △전 세계적인 규제 구체화 △KYC/AML 기본 요건화 △기업 중심의 실제 활용 사례(DID, 디지털 바우처 등) 등장 △중국의 국가 주도 디지털 화폐를 기점으로 하는 범세계적 디지털 화폐 논의 본격화다. 블록체인 플랫폼/월렛 전망 관련해서는 △메신저처럼 모객이 가능한 서비스 중심의 플랫폼(클레이튼, 링크, TON 등) 주도권 △메신저와 결합을 통한 블록체인 UX 대폭 개선 △클라우드 서비스화를 통한 공급자 진입 장벽 완화 △지역 중심의 블록체인 컨소시엄 등장을 전망하고 있다.”
하시은 논스 대표
“특금법으로 블록체인 산업이 제도권에 편입되겠지만 파생상품, 스테이킹 등 복합적인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가 맞춰 발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제자리만 맴돌지 않을까? 또한 정부가 ‘Blockchain, not Bitcoin’ 같은 노후화된 슬로건을 옹호하며 산업 육성을 장려하게 된다면, 암호화폐가 꼭 필요한 참신하고 도전적인 사업은 해외에 모회사를 설립해 펀딩을 받을 것이고 정작 블록체인을 위해 투자한 우리나라의 인프라, 정책, 예산 등은 엉뚱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블록체인에 검증된 적용사례는 금융뿐인데 여기 치중하지 않고 엉뚱한 분야에 적용하면 국내에는 기형적인 블록체인 기업만 남지 않을까?”
DID 얼라이언스 코리아 회장 김영린 EY 한영 부회장
“중앙집중형 서비스의 한계와 제각각인 ID 체계의 문제점을 극복할 차세대 신원증명 기술로 블록체인 분산ID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DID 얼라이언스는 분산ID를 위한 새로운 산업 표준 개발과 호환성 확보를 목적으로 출범한 글로벌 재단이다. 현재 DID얼라이언스 핵심 구동체인 옴니원을 토대로 많은 기업이 2020년 신원 증명 서비스 상용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각기 다르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으로 인하여 표준화되지 않은 서비스나 플랫폼의 품질, 일관성, 서비스 연속성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DID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글로벌 DID 기술 표준화’를 논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DID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수 있도록 실증사례 구축을 위한 회원사 간 협업을 독려하고 서비스 활성화를 지원하면, 블록체인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DID 신원인증 기술이 될 것이라 믿는다.”
GBIC&Block72 이신혜 파트너
“2017년 가격 폭등 이은 2018년 가격 폭락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열띤 관심이 실망으로 변하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해였다. 반면 2019년은 블록체인은 기술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 차분히 의미 있는 기술적 & 비지니스적 혁신을 이뤄 내기 위해 노력했던 한해다. 삼성의 블록체인 월렛 런칭, 페이스북의 리브라 런칭 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업들도 블록체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및 디파이(DeFi) 등 새로운 비지니스 시도도 계속됐다. 2020년에는 새로운 디앱(Dapp) 및 비지니스 혁신 시도가 계속돼 상용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이고, 정부들의 규제로 인해 제도권 편입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 예상한다.”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2020년에는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제도화가 이뤄지며 블록체인 산업의 협잡꾼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규제의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됨에 따라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기존 블록체인 기업들은 대기업과 경쟁하는 방향이 아니라 협업하는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인프라가 잘 발달한 한국에서는 실생활에서 가상자산이 결제 송금 등에 활용되기 어려운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에 따라 거래소들은 금융 인프라가 낙후되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동남아 진출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