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이 스팀잇 재단(Steemit Inc)과 스팀잇 플랫폼(Steemit)을 인수한다. 향후 스팀 토큰과 스팀잇은 트론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스팀잇 커뮤니티는 ‘긍정 반, 부정 반’의 시선으로 이번 인수를 바라보고 있다.
스팀잇은 블록체인 기반 보상형 SNS의 원조 격이라 불리는 디앱이다. 스팀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된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용자 수 측면에서는 여전히 상위권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17일 디앱닷컴 기준 24시간 활동 사용자는 2,370명으로 전체 디앱 중 15위다.
트론은 스팀잇을 인수하면서 트론 블록체인 기반으로 스팀 토큰(STEEM)을 신규 발행할 계획이다. 트론(TRX) 보유자들에게도 신규 스팀 토큰을 에어드롭 한다. 구체적인 토큰 스왑과 에어드롭 일정 및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론은 자체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스팀잇을 트론 기반으로 끌어들이면서 ‘디앱 최적화 메인넷’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저스틴 선 트론 CEO는 “스팀잇과 분권형 SNS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스캇 전 CEO는 “지난 2016년, 적은 예산으로 스팀잇을 출시한 후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새로운 파트너(트론)가 스팀잇을 새로운 방향으로 끌어올리려고 시도하고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3시 30분 코인마켓캡 기준 트론은 전일 대비 13.49% 하락한 0.021달러에, 스팀은 17.02% 하락한 0.21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스팀은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에는 최고 0.28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팀잇 증인을 맡았던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예상이 어렵다”며 “트론이 발표한 토큰스왑, 에어드롭 등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예고한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스팀잇 커뮤니티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팀잇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정체성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중국계 자본 유입률이 낮고, 서구권 사용자가 많은 게 스팀잇의 특징이었다. 커뮤니티 분위기는 일상 공유가 아닌 글이나 정보를 나누는 레딧과 유사하다. 이에 일부 구성원들은 “중국계 프로젝트인 트론이 인수함에 따라 스팀잇만의 정체성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재우 교수를 비롯한 몇몇 커뮤니티 구성원은 두 개의 블록체인으로 커뮤니티가 나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트론 기반 스팀과 기존의 스팀 블록체인 두 개가 동시에 운영되는 것이다. 지난 2016년 개발자들의 의견 차이로 하드포크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과 비슷한 형태다.
조 교수는 “스팀잇은 트론이 인수했기 때문에, 트론 기반 플랫폼으로 바뀔 것”이라며 “기존 스팀 블록체인은 스팀잇 파생 사이트를 통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 상장 및 토큰 스왑이 문제가 되겠지만,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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