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시선]은 기업 의사결정 이면에 숨겨진 ‘왜?’를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조폐공사는 ‘왜’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일까요?
한국조폐공사는 본래 제조업이 주력 사업
한국조폐공사법에 따르면 이 기관은 은행권, 주화, 국채, 공채, 각종 유가증권 및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사용할 특수제품 제조와 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하게 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세워졌습니다. 조폐공사는 이 법률에 의거해 종이화폐, 동전 제조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화폐 외에도 조폐공사는 다양한 보안 제품을 만듭니다. 주민등록증, 전자여권이 대표적입니다. 비자와 공무원 신분증도 생산합니다. 조폐공사는보안용지와 주화 제품 등도 수출합니다. 조폐공사 자회사 GKD는 면 펄프 제조사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 생산 공장도 있죠.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기념주화, 기념메달 제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호랑이를 소재로 한 ‘호랑이 불리온 메달’ 시리즈, 케이팝 스타 엑소(EXO) 공식 기념메달, 피겨여왕 김연아 은퇴 기념 메달 등을 출시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조폐공사는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기관입니다.
사회 변화를 반영하듯 조폐공사 전통사업인 화폐 사업 매출액도 줄고 있습니다. 2007년 화폐 사업 매출액은 2,075억 원이었습니다. 전체 매출액의 62%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화폐 사업 매출액은 1,101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줄어들었습니다. 조폐공사가 신(新)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선 이유입니다.
그런데 왜 ‘블록체인’이었을까요?
조폐공사의 비전은 “우리는 세계 최고의 위변조방지 역량을 통한 ‘공공진본성’ 구현으로 신뢰사회 구축에 기여한다”입니다. 공공진본성은 공공 분야에서 제품이나 신분이 진짜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조폐공사는 정품인증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폐공사의 비전인 공공진본성은 ‘신뢰할 필요 없이(trustless)’ 데이터가 무결하단 점이 증명되는 블록체인 기술 특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공공진본성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로 블록체인을 택한 것입니다. 조폐공사는 기존과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조폐공사는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18년도 공기업 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투자예산의 56%를 차세대 전자여권 및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착(chak)’ 부문에 투입했습니다. 블록체인 기획부서를 신설해 인력을 16명까지 늘렸습니다. 또 블록체인 및 사물인터넷(IoT) 부문 개발에 166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렇다면 조폐공사가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착(chak)’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현재 △경기도 성남시, 시흥시, △충청북도 제천시, △충청남도 서산시, 계룡시, 서천군 △전라북도 군산시, 정읍시, 순창군, △전라남도 영광군 △경상북도 영주시에서 착(chak)을 도입했습니다.
착(chak)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가맹점은 수수료가 ‘0’원 이란 점이 이득입니다. 은행 환전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편리합니다.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자체는 상품권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상에 모든 유통기록이 보존되기 때문에 유통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상 거래를 손쉽게 탐지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지난 1월 조폐공사는 블록체인 플랫폼 이전을 위해 새로운 클라우드 사업자를 찾는다고 밝혔습니다. 예산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약 17억 3,000만 원입니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시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금액의 하한’ 기준에 따라 대기업 참여가 제한됩니다.
조폐공사가 민간 영역과 어떤 협력을 도모할지, 서비스업 기관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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