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브룩스 미국 통화감사원장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민간 차원에서 구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를 할 뿐, 화폐 개발에 직접 관여하는 건 마땅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장과 정면 대치된다. 파월 의장은 최근 열린 청문회에서 “CBDC는 중앙은행이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CBDC 설계, 민간 차원에서 이뤄져야”
6월 23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미국 통화감사원장은 경제 전문지 더스쿠프(The Scoop)와의 인터뷰에서 “CBDC를 설계하는 건 민간 기술 영역이다”며 “정부 역할은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주도의 접근법을 강조한 것이다.
브룩스는 과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 몸담으며 업계 입장을 대변해온 인물이다. 앞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수석 변호사로 일하다가 최근 통화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코인베이스에 근무할 당시, 연준 고위급을 만나면 연준이 CBDC에 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CBDC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금세탁방지(AML) 등 규제 준수의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CBDC 개발에 정부가 앞장설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국가의 역할은 시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혁신가들이 경제논리에 따라 상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규제를 마련해 법적 질서를 수립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국가 권력의 CBDC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적절하다는 이야기다. CBDC가 전적으로 국가 통제 하에 들어갈 경우 개인 정보가 낱낱이 수집, 제어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Christopher Giancarlo) 전(前)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과 기조가 같다. 지안카를로는 올초 비영리단체 디지털달러 프로젝트를 세우고, 민간 차원의 CBDC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한 디지털달러 백서에는 디지털달러 방안과 효과, 시범운용을 위한 단계적 제안 등이 담겨있다.
◇미연준 의장 “중앙은행이 맡아야”
반면 최근 열린 미 하원 청문회에서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연준 의장의 입장과는 상반된다. 앞서 11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파월 의장은 “민간 부분은 화폐 공급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CBDC를 설계하는 건 전적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며 “민간이 중대한 공익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것을 국민이 달가워하지 않을 듯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뒤처져… 속도 내야”
이처럼 미국에선 CBDC 관한 논의가 뜨겁지만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업계 내 정부와 민간의 역할론에 대한 입장차, 규제 환경 미비, 이용자의 사생활침해 우려 등이 장벽을 쌓고 있다. 브룩스는 “미국은 이미 다른 나라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CBDC 발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안카를로 역시 “이제는 미국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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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디 권선아 기자
-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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