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시민은 1년에 한 달을 길 위에서 보낸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 27분이다. 출퇴근에만 최소 3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셈이다.
이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네이앤컴퍼니가 만든 ‘네이버스(NEIBUS)’다. 네이버스는 대중교통 이용시간 2분에 1네이토큰씩 보상을 지급한다. 1네이토큰은 1원의 가치를 지닌다. 네이토큰은 플랫폼 내 마켓에서 스타벅스, CU 등의 모바일 쿠폰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단, 사용자는 본인의 이동 데이터를 네이버스에 제공해야 한다.
지난 9일 심성보 네이앤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그는 “현재 버스만 연동돼 있지만 올 하반기 중 지하철, 전동킥보드, 따릉이(자전거), 콜 택시까지 앱에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은 서울, 경기, 인천, 대구, 부산, 울산, 광주, 대전, 세종에서 가능하다. 심 대표는 “업데이트를 통해 통합교통서비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는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이었다. GPS로 정류장 간 이동 사실을 검증했다. 심 대표는 “예를 들어 정류장A에서 정류장D로 이동했다고 했을 때, 정류장 기반 GPS를 활용해 사용자가 A에서 D까지 움직인 시간을 측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GPS를 24시간 돌리다 보니 사용자 배터리 소모가 컸다는 점이다. 네이앤컴퍼니도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 초부터 센서 기반으로 데이터를 측정한다.
심 대표는 “GPS 사용은 최소화하고, 스마트폰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전했다. 사용자가 데이터 제공에 동의하면 여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사용자가 이동하는 방향, 가속도, 걸음 수 등 신체활동 데이터를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딥러닝은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이용한다. 딥러닝으로 버스, 지하철, 자전거 이용 패턴을 분석한다. 그는 “버스 탄 사람의 휴대폰 센서 데이터를 보고 이 사람이 버스 타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GPS가 가동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데이터를 분석해 검증하기까지 최대 5분이 걸린다. 네이토큰 적립은 5분 안에 이뤄진다.
이동 데이터는 민감한 개인정보다. 이를 업체에 내주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질문을 하자 심 대표는 “개인이 데이터를 공유해줘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aS는 물론이고 마이데이터 사업도 이 같은 맥락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앤컴퍼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020년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컨소시엄(공공)에 데이터 제공 기업으로 합류했다. 컨소시엄은 서울시, 한국교통연구원, BC카드, KST모빌리티, 코리아크레딧뷰로, 네이앤컴퍼니, 유아이네트웍스로 구성됐다. 데이터제공기업은 네이앤컴퍼니 외에 BC카드, KST모빌리티가 있다. 서울시와 유아이네트웍스는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운영 기관으로, 한국교통연구원·코리아크레딧뷰로는 데이터 활용기관으로 합류했다.
서울시 컨소시엄은 개인별 최적화된 맞춤 교통정보 앱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사용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대중교통 탑승, 자전거나 킥보드 등 공유 교통수단 이용 등 여러 기관과 기업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이 실시간 맞춤 경로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네이앤컴퍼니는 이 사업에 3가지 데이터를 제공한다. 버스 리뷰 데이터, 따릉이 리뷰 데이터, 그리고 네이버스 사용자 이동패턴이다. 네이버스 앱에는 대중교통 리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심 대표는 “현재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데이터 제공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활용 기업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네이앤컴퍼니가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MaaS 사업과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앱 사용자에게 맞춤형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다. 이를테면 A에서 B지점까지 최소 이동 거리를 검색하면 버스·지하철·전동킥보드·따릉이·택시 등을 모두 활용한 최적의 방법을 제안하는 식이다.
심 대표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이끌며 애로 사항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정책이 일관돼야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는 “스타트업 발목을 잡아 왔던 여러 규제가 개선되고 있어 반갑다”면서도 “좀 더 시장친화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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