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후오비(Huobi)가 최근 불거진 자사의 주요 임원 체포설에 대해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거래소의 비트코인(BTC) 보유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원 체포설까지 돌면서 후오비에서 서둘러 BTC를 인출하려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암호화폐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후오비는 24만 9,000개의 BTC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4일에는 보유량이 19만 4,332개로 줄어들었다. 로빈 주(Robin Zhu·주가위) 후오비 COO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중이라는 소문이 SNS를 통해 퍼져나간 직후다.
후오비가 발행한 암호화폐 '후오비 토큰(HT)'의 가격도 하락했다. 코인마켓캡 기준 10월 31일 4.01달러였던 HT 가격은 4일 3.56달러로 밀려났다. 19일 오후 12시 30분에는 가격을 소폭 회복한 3.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우슈어 블록체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로빈 주는 실무보다는 대외 업무를 담당해왔다. 현지 관계자들은 최근 후오비가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암호화폐 관련 행사를 개최한 게 문제가 됐다고 언급했다.
후오비는 체포 및 조사설을 즉각 부인했다. 후오비는 지난 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후오비 글로벌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후오비 임원이 중국 현지 공안에게 체포됐다는 루머"라고 밝혔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4일에는 후오비 BTC 보유량이 한 번 더 감소하면서 19만 1,000개까지 내려갔다. 18일에는 19만 2,000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후오비에서 빠져나간 BTC는 대부분 바이낸스로 유입됐다. 크립토퀀트의 거래소 간 이동량 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후오비에서 바이낸스로 이동한 BTC는 90개에 불과했다. 체포설 직후인 이달 2일에는 4,549개로 급증했다. 5일에는 더욱 증가해 총 4,819BTC가 후오비에서 바이낸스로 이동했다. 18일에는 989개가 유입됐다.
업계에서는 중국 사용자들이 거래 플랫폼을 옮기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석했다. 현지 블록체인 전문기자인 콜린 우(Colin Wu)는 코인데스크에 "중국 사용자들이 비교적 바이낸스를 친숙해 한다"며 "바이낸스 주요 임원들이 해외에 거주한다는 것도 이동을 결정하게 한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속적인 규제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제도 안으로 편입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하오 왕(Hao Wang) 사이버X CEO는 "중국 규제 당국이 무조건적인 금지 대신 규제 정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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