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중앙은행(CBN)이 암호화폐 거래에 관련된 계좌를 즉시 폐쇄하도록 명령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CBN은 5일(현지시간) 금융기관에 서한을 보내 “암호화폐 거래는 불법”이라며 “만약 거래를 할 경우에는 강한 규제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CBN의 조치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옐로카드, 루노와 금융거래 앱 번들 아프리카는 당분간 나이지리아 통화 나이라를 통한 거래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최근 암호화폐 이용률이 빠르게 늘고 있다.
블록체인닷컴의 지난해 8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도 2분기 나이지리아인의 웹지갑 이용률이 60% 정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경찰개혁을 요구하며 일어났던 대규모 시위가 암호화폐 거래량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나이지리아 경찰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시작된 시위는 지난해 10월 엔드 사스(EndSars)라는 해시태그의 유행과 함께 나이지리아 전역에서 발생했다.
‘앤드 사스’ 시위대가 정부의 감시를 피해 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사용돼 암호화폐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암호화폐를 금지해 반정부 기류 확산을 막는다는 계획이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기반을 둔 SBM 인텔리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조아킴 맥에봉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계좌는 CBN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위의 자금줄로 이용돼 왔다"면서 “정부의 규제 강화가 오히려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선호만 높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도 나이지리아 기업들은 정부의 부정부패와 급격한 환율 변동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자금 대체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이에 따라 CBN은 지난 2017년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한 바 있다.
암호화폐 계좌 폐쇄 소식이 소셜미디어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CBN은 성명서를 내 “암호화폐에 대한 경고는 새로운 게 아니라 2017년에 밝힌 입장을 재차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woo@decenter.kr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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