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대신 빔프로젝트 영상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영상 양 옆에는 종이에 인쇄된 QR코드가 줄지어 붙은 생소한 광경이 펼쳐진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오프라인 전시회다.
지난 14일 국내 첫 NFT 전시회를 보기 위해 성수동을 찾았다. 세계 최초 NFT 크리에이터 에이전시를 표방하는 누모모(Numomo)는 지난 7일부터 15일까지 NFT 전시회 ‘토큰 매니페스토(Token Manifesto)'를 열었다. 작은 카페를 빌려 만든 전시장 세 면에는 약 12억 원 상당의 NFT 작품들이 액자에 담기거나 영상으로 편집돼 전시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작품 옆에 붙은 QR코드를 통해 실제 작품을 거래하는 NFT 마켓에 들어가 원본을 감상할 수 있었다.
유명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도 전시됐다. '감염된 문화(Infected Culture)’ 등 총 세 작품의 에디션을 관람할 수 있었다. NFT 패션 제작사 메타팩토리(MetaFactory)가 제작한 실물 자켓도 눈길을 모았다. 게임 상에서 입을 수 있도록 제작한 메타팩토리 NFT 코스튬을 구매했을 때 함께 제공되는 의상이다.
이외에도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색 이벤트도 준비됐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해 행사에 참여했음을 증명하는 뱃지 형태의 NFT인 ‘POAP’을 받고 디지털 캔버스에 접속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그린 그림은 전시 종료 후 NFT로 발행되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직접 NFT 제작에 참여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볼거리와 최초의 NFT 전시회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전시장 내부는 썰렁했다. 과연 오프라인에서의 NFT 전시가 유의미한가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실제 이날 원본 작품 관람과 이벤트 참여는 모두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오프라인에서 NFT 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대중이 NFT에 대해 공부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이날 전시장에는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기자들 외에 일반 관람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NFT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NFT 시장에 뛰어드는 것과는 달리 대중의 관심은 미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우 woo@decenter.kr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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