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조원 규모의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가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범위에 포함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업계는 FATF의 이같은 규제 방침이 탈중앙화와 익명성을 핵심으로 한 거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조치라며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오는 6월 총회에서 VASP 최종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초안을 먼저 공개했다. FATF는 권고안 초안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 및 VASP 정의 확립 ▲개인간 거래(P2P) 위험 완화 ▲스테이블 코인 ▲VASP 라이선스 제도 ▲트레블룰 구현 방법 ▲VASP 규제 기구 간 협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초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회원국은 예외없이 이를 따라야 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권고안을 어길 경우 국제금융 거래에서 페널티는 물론 블랙리스트에 등재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FATF의 규제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FATF는 이번 초안에서 디파이의 참여자도 VASP로 보겠다고 규정했다. FATF는 운영 주체가 사용자를 대신해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디파이더라도 규제 대상이 된다고 못박았다. 또 디파이 및 디앱 개발에 기여하는 참여도 VASP로 간주할 수 있다고 봤다. 서비스 개발자들과 탈중앙화 거래소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개인도 VASP로 보고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프로젝트는 탈중앙화돼 규제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기본 생각이다. 남두완 스테이블 노드 설립자는 "믹싱 기법을 사용해 자금 추적을 막거나, 운영자가 없어져도 자동으로 돌아가게 설계한 디파이가 많다"며 "규제를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번 초안을 보면 거버넌스 토큰을 소유했을 때도 VASP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유니·컴파운드 등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디파이 토큰 중 대다수는 거버넌스 토큰이다. 해당 토큰을 가지고 있으면 디파이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기관과 산업이 서로가 가진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실효성 있는 규제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이뱅크 통계에 따른 디파이 시장 총 규모는 18일 기준 1,100억 달러(약 120조 원)다. 디파이는 지난해 폭팔적인 인기를 끌며 성장했고 컴파운드(COMP), 유니스왑(UNI) 등 디파이 토큰은 시가총액 상위권에 안착했다. 특히 발행량이 3만 6,000개로 제한된 언파이낸스(YFI) 가격은 6만 7,000달러(약 7,610만 원)로 비트코인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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