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업비트를 필두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급작스럽게 코인 상장 폐지를 통보하면서 프로젝트와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암호화폐 거래소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시를 부실하게 한 암호화폐를 상장 폐지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습니다.
이 판단이 요즘 거래소들의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요?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주 간 이슈를 콕 집어 정리해 드리는 도기자의 한 주 정리입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송경근)는 고머니2(GOM2) 발행사인 애니멀고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고머니2는 지난 3월 미국 대형 펀드 셀시우스 네트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업비트에 공시했습니다. 그런데 고머니2 투자자들이 이 공시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혹을 제기했죠. 업비트는 고머니2가 공시한 내용이 거짓이란 이유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고머니2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난 3월 법원에 가처분신청과 본안 소송을 낸 겁니다. 이번 판단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입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거래소가 ‘사용자 보호’를 위해 자율적으로 코인을 상장폐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허위, 과장 공시가 암호화폐 상장폐지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죠. ‘긴급한 상황’일 때는 사전 공지 없이 암호화폐 거래 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는 점도 법원은 거래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공시가 허위로 판명될 경우 이로 인한 막대한 피해가 예상돼 거래소도 긴급하게 고머니2를 상장폐지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죠.
그러나 이 결정문이 최근 업비트를 비롯한 주요 거래소들의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하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코인들은 이처럼 ‘긴급한 상황’이라는 게 인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업비트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오후 5시 30분 ▲마로(MARO) ▲페이프로토콜(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을 원화마켓에서 상장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25종의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죠.
업비트는 대체 이렇게 급박하게 상장폐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난 17일 이렇게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일부 프로젝트들에 한 밤 중에 이메일로 상장폐지를 통보했습니다.
프로젝트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 해서 이미 제출도 다 했는데 왜 기습적으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퀴즈톡 관계자는 디센터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21일에 개선책 내놓으라 해서 31일 업비트에 공유했는데도 상장 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퀴즈톡이 업비트에 상장할 때 작성한 계약서에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런 요건이 있었다면 상장 폐지되지 않으려고 애썼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퀴즈톡은 지난해 11월 말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됐습니다. 당시 업비트 리서치는 상장 보고서를 공지사항에 함께 올려 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약 6개월만에 불 판 뒤집듯 의견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피카(PICA)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카 프로젝트는 지난 16일 밤 11시 29분에 업비트로부터 피카 거래 지원 종료를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피카는 이미 소명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상폐 통보를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죠. 피카 역시 BTC 마켓에 상장된 지 6개월 밖에 안 됐습니다.
6개월 만에 프로젝트가 엄청난 퇴보라도 한 걸까요? 상장할 때는 언제이고, 이렇듯 급작스럽게 코인을 상장 폐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정말 긴급한 상황이라도 있었던 건지 의문입니다. 적어도 투자자들이 대처할 기회는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상장 폐지된 프로젝트, 그리고 해당 코인 투자자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래소들이 어떤 대응을 할지 지켜볼 일입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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