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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톡톡] <1> "채굴장 운용 비용 최대 60억원, 한국에도 대형 채굴장 곳곳 포진"

■ 이더리움 채굴업자 장재윤 사장 인터뷰

언론 노출 꺼릴 뿐 대형 채굴장 국내 다수 존재

대구 채굴장 시설 비용만 1억5,000만원에 달해

그래픽 카드 값 오르면 채굴업자 비용도 늘어

가격 상승 유발 책임 채굴업자에만 돌리는 건 억울

채굴업계 기형적 성장은 정부의 무관심 탓



암호화폐 상승세가 꺾인 지도 벌써 두 달이 흘렀다. 한때 8,000만원을 넘어섰던 비트코인(BTC) 가격은 반토막 난 수준에 맴돌고 있다. 이번 주 다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손실을 메꾸기 위해 ‘존버’하고 있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관련 업계 상황도 다르지 않다. 특히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검증하고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받아 수익을 내는 채굴 업계의 경우 타격이 크다. 올 초 시장 활황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국내 채굴 업계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지난 16일 디센터가 대구에서 대형 이더리움(ETH) 채굴장을 운영하는 장재윤 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대형 채굴장 많아…채굴장 운영 비용은 최대 60억”




국내 채굴업계는 베일에 쌓여 있다. 우리 정부는 채굴업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형 채굴업체들은 언론 노출을 꺼린다. 이 때문에 대형 채굴업체들이 이끄는 중국이나 미국의 채굴 시장과 달리 우리나라 채굴업계는 소형 또는 개인 채굴업자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장재윤 사장은 국내에도 전국 곳곳에 대형 채굴장들이 위치해 있다고 말한다. 장 사장은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았을 뿐 채굴기 수 백 대에서 수 천 대 규모의 채굴장이 많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장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세 곳의 채굴장엔 모두 합해 약 1,400대 정도의 채굴기가 돌아가고 있다. 시설 비용만 1억 5,000만 원이 들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이 정도도 채굴장에 설치된 채굴기 가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장 사장은 “현재 채굴장엔 위탁하고 있는 채굴기까지 포함돼 있어 정확하진 않지만 600대를 가득 채운다고 했을 때 현재 시세로 50~60억원은 든다”고 밝혔다.

“웃돈 주고 그래픽카드 구한다…가격 상승에 채굴업자 비판은 억울”


채굴 장비 가격이 이전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비용 부담이 더해졌다. 새로운 그래픽카드 제품이 나오며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채굴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채굴에 주로 쓰이는 그래픽카드 제품의 경우 ETH 가격이 500만 원까지 올랐던 당시 200만 원을 호가했다. 출시 가격이 60~70만 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3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현재는 시세가 조금 내려 한 장 당 150만 원 정도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채굴업계는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돼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장 사장 역시 “솔직히 (채굴 업계의) 수요가 많긴 많다”며 채굴업계의 영향을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채굴업계가 ‘공공의 적’이 된 현 상황에 대해선 억울함을 표현했다. 장 사장은 “유통사나 제조사도 공급 물량을 조절하며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며 “오히려 그래픽카드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채굴업자들인데 비판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번에 수 십 장에서 수 천 장을 사야하는 채굴업자의 경우 그 정도 물량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웃돈을 주고 그래픽카드를 구하기도 한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올 초에 비해 수익 절반 넘게 줄었지만…아직도 비정상적으로 높아”


그렇다면 만만치 않은 운영 비용에 ETH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가 더해진 현재 채굴업체의 사정은 어떨까. 장 사장은 한 달 수익이 올 초 활황장일 때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고 밝혔다. 1,000만 원 짜리 채굴기로 한 달에 150만 원 정도의 채굴 수익을 냈다면 현재는 70만 원 정도를 내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장 사장은 수익이 급감한 데 대해 걱정이 크진 않다고 말한다. 최근 몇 달 사이 채굴을 시작한 사람들은 우려가 크지만 사실 ETH 시세는 1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도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장 사장은 “올 초 수익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을 뿐 인력을 따로 투입할 필요 없이 채굴기만 관리하면 되는 산업 치곤 아직도 수익이 높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부담이 클 것 같다는 질문에도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채굴업은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 시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산업용 전기가 아닌 일반용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정 사장은 산업용 전기를 못 쓰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산업용 전기는 일반용 전기보다 20% 정도 싸지만 그만큼 세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용 전기에 적용되는 누진제를 피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증설’이라는 걸 한다”며 “'10대 돌리기 위해 전력 이만큼 쓰겠다'고 신고하고 증설 비용을 내는 식이다. 이때 정한 전력량 안에서만 전기를 쓰면서 누진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채굴 위한 노력은 안 해…친환경 채굴 의미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비트코인(BTC)을 테슬라 결제 수단에서 제외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환경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장 사장은 친환경 채굴을 위해 따로 노력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친환경 채굴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태양력이나 풍력 등을 활용한 발전 방식도 100% 친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장 사장은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을 만들 때 많은 자재가 들고 패널 처리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채굴업계 전망 어둡다…정부가 채굴업을 버려놓은 탓”


그렇다면 종사자가 생각하는 채굴업계의 미래는 어떨까. 장 사장은 국내 채굴업계 전망은 밝지 않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정상적인 대형 채굴업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장 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채굴업체들의 경우 채굴 다단계 사기 업체가 대부분이고 실체가 없는 채굴장도 수두룩하다”고 국내 채굴업계를 진단했다.

이렇게 국내 채굴업계가 기형적으로 형성된 데에는 정부의 탓도 크다고 주장했다. 장 사장은 “지금 정부는 채굴업을 버려놨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불법과 합법의 방향성을 잡아줘야 채굴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사기를 당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암호화폐 과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세가 시작되면 수익에는 타격이 있겠지만 오히려 정부에서 과세를 할 만큼 채굴업이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암호화폐 하락장은 길어봤자 3~4년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앞으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산업은 크게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 산업이 돌아가기 위한 시작점이 채굴”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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