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트코인(BTC)이 하락했습니다. 디지털 골드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BTC가 안전자산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BTC와 미국 주식 간 동조화 현상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BTC와 S&P500의 상관관계 지수는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그럼에도 판테라 캐피탈은 향후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국내에선 KB금융 그룹이 암호화폐 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KB자산운용, KB인베스트먼트가 각각의 포지션에서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한 주간 이슈를 체크하고, 차트를 보며 분석하는 ‘코인췍’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코인췍은 디센터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작전에 들어간다는 발표에 BTC는 3만 6,000달러 선을 반납했습니다. 이날 오후 4시 51분 코인마켓캡 기준 BTC는 전일 대비 7.61% 내린 3만 5,250.75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BTC와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간 상관관계 지수도 높아졌습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에 따르면 지난 22일 BTC와 S&P 500 간 상관관계 지수는 전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주 대표는 이러한 커플링 현상을 “긍정적 관점에서 보면 주식에 투자하던 전통 기관투자자들이 BTC로 진입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부정적 시각에선 BTC가 ‘현재는’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 대표가 ‘현재는’이란 전제 조건을 달았다는 점입니다. 즉 향후에는 안전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에선 현금을 암호화폐화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마이클 초바나인(Michael Chobanian) 우크라이나 암호화폐 거래소 쿠나(Kuna) 창업자는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안전 피난처로 암호화폐를 찾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많은 사람이 현금을 테더(USDT)로 교환한 뒤 이를 BTC나 이더리움(ETH)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은행을 믿을 수 없기에 탈중앙화 자산인 암호화폐가 피난처가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중앙화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는 또 있습니다. 바로 캐나다입니다. 캐나다 당국은 지난 20일 반(反) 백신 시위를 진압하려는 목적으로 약 200명의 은행계좌를 동결시켰습니다. 중앙화 기관이 언제든 개인 자산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적나라한 사례입니다. 이에 포브스는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최고의 비트코인 세일즈맨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당국 조치로 인해 중앙화 시스템의 문제점을 캐나다인이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겁니다. 덕분에 많은 캐나다인이 BTC 등 암호화폐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입니다.
판테라 캐피탈은 그간 BTC와 주요 자산군의 커플링 현상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디커플링이 나타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판테라 캐피탈의 조이 크러그(Joey Krug)는 “암호화폐는 전통적 거시 시장이 하락할 때, 약 70일 간 상호 연관성 있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향후엔 암호화폐 상관관계가 깨지기 시작한다”고 전망했습니다.
국내에선 KB그룹의 행보가 눈에 띕니다. 지난 23일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는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업 가치 평가는 약 3,500억 원 정도입니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가 KB그룹의 기존 암호화폐 관련 사업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 해치랩스, 해시드와 손잡고 암호화폐 커스터디 기업 한국디지털에셋(KODA)을 세웠습니다. KB국민은행은 KODA의 2대 주주로, 단독으로 지분 약 3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커스터디 사업은 보관 수수료만으로는 큰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추가로 암호화폐를 대량 매입하려는 수요, 암호화폐를 운용해 수익을 내고 싶어하는 수요 등을 충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익을 내야 하죠. 거꾸로 말하면 커스터디는 이러한 암호화폐 장외거래(OTC), 운용서비스, 금융상품 등의 기본이 되는 서비스라 볼 수 있습니다. KB그룹은 다양한 암호화폐 사업 분야 가운데 커스터디 분야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죠.
올해 들어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1일 KB자산운용은 디지털자산운용 준비위원회를 출범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규제가 완화되면 빠르게 디지털 자산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가상화폐 인덱스지수 개발을 통한 펀드 출시, 전통자산과 낮은 상관계수를 활용한 자산배분펀드, 해외 가상자산을 활용한 원금보장 추구형 상품 개발 등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즉 KODA로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를 모으고, 이를 운용할 상품을 KB자산운용에서 개발하는 등 전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KB그룹은 암호화폐 전문성이 아직 부족합니다. 또 현재로선 국내보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해외 네트워크도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OTC 시장은 글로벌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해외 네트워크가 필수이죠.
고팍스는 이러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습니다. 고팍스는 지난해 그레이스케일, 제네시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디지털커런시그룹(DCG, Digital Currency Group)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제네시스와는 독점적 지역 파트너십을 맺고 있죠. 제네시스는 OTC 업계 1위 기업입니다. 디지털 자산 대출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KB인베스트먼트가 고팍스에 투자한 배경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팍스의 글로벌한 네트워크가 암호화폐 사업을 추진하는 KB그룹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KB그룹 입장에선 고팍스를 통해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와도 접점을 만들 수 있게 됐죠. 고팍스 관계자는 디센터와의 통화에서 “아직 업무적으로 협업하는 사항은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승재 AM 이사는 “BTC가 3만 2,900달러를 이탈하게 될 경우 2만 8,000달러 부근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송 이사는 “만약 2만 8,000달러 부근에서 강력한 반등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2만 달러 초반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만약 25일 일봉의 종가가 3만 6,000달러 선을 지지하고 마무리한다면 주요 지지선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강하다는 시그널”이라면서도 “현 상황에선 지정학적 요소가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차트와 국제 이슈를 함께 살피며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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