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 탈중앙 프로젝트 ‘엘리시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엘리시아는 지난 달 미국 와이오밍주 탈중앙화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법인으로 등록했다. 와이오밍주가 인정한 세계 두 번째 다오다.
임정건(사진) 엘리시아 리더는 “실물자산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려는 프로젝트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라며 와이오밍주에 다오 등록을 추진한 배경을 전했다. 지난해 와이오밍주는 다오에 유한책임회사(LLC, Limited Liability Company)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법안 핵심 내용은 다오 참여자를 다오의 책임으로부터 분리 및 보호하는 것이다. 이 법안에 따라 지난해 더아메리칸크립토페드 다오가 최초로 유한책임회사로 등록됐고, 엘리시아는 그 뒤를 이었다.
임 리더는 “예를 들면 기존에는 부동산을 담보로 암호화폐 대출 디파이 서비스를 구축하려면 돈을 빌리는 사람은 명확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불명확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A란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담보로 10억원어치 암호화폐를 대출받으려고 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불특정다수가 유동성 풀에 암호화폐를 공급하는 식으로 10억원어치 암호화폐를 빌려줄 수 있다. 빚을 갚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려면 A가 보유한 100억원짜리 건물을 채권자들이 청산할 권리가 담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기에 스마트컨트랙트로는 해결이 어렵다. 실제 현실세계에서 법적 효력이 있는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때 계약 당사자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채무자는 A라고 특정할 수 있지만 채권자는 불특정다수다. 임 리더는 “실물자산과 연동된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하니 법적 대상 주체가 될 수 있는 대상물이 필요했다”면서 “유한책임회사의 지위를 부여받으면, 다오가 주체가 돼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다오 형태로는 현실세계 계약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한 패널티를 물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면 법적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실물자산을 토큰화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임 리더는 그렇다고 모든 다오가 유한책임회사로 등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NFT 투자 등 크립토 세계에서만 운영되는 형태라면 굳이 필요하진 않는다”며 “그러나 실물자산과 어떻게든 연동이 되게 하려면 확실한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리더는 지난 2018년 차원준 CSO와 함께 공동으로 엘리시아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표’ 로 불리길 거부한다. 현재는 남들보다 조금 권한이 많은 다오의 구성원이라는 설명이다. 임 리더는 “최종 목표는 엘리시아 법인이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향후에는 탈중앙화된 시스템 상에서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엘리시아 토큰(EL)을 일정량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누구나 다오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올해는 다오를 활용해 구상한 방안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도예리 기자
-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