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USD(UST)·루나(LUNA) 폭락 사태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다. UST가 1달러와 가격이 같게 유지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었기 때문이다. 테라폼랩스는 UST를 만들 때 가치 안정화를 위해 현금·채권 등 담보물을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LUNA로 UST를 사고 팔아 UST의 통화량을 조절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이런 이유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국채를 담보로하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에 비해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테라-루나 쇼크’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시스템의 약점을 보완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센터는 ‘테라-루나 쇼크’로 재조명받고 있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테라USD-LUNA와 연동해 가격 유지하는 구조였지만 실패
19일 오후 오전 10시 17분 코인마켓캡 기준 UST는 전일 대비 32.28% 떨어진 0.0896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UST는 지난 8일 1달러가 깨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UST의 가치를 담보하는 루나(LUNA)는 같은 시간 0.000149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LUNA는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업비트, 빗썸, 고팍스 등 국내 주요거래소에서도 상장 폐지되면서 암호화폐 업계에서 사실상 신뢰를 잃었다.
UST는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설계됐다. UST가 1달러보다 떨어질 경우 UST를 테라 프로토콜로 보내면 1달러어치의 LUNA를 받을 수 있다. 교환을 통해 투자자는 차익거래를 할 수 있고, 시장에선 UST 물량이 줄어든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은 1달러로 상승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UST가 1달러보다 상승하면 투자자가 1달러어치만큼의 LUNA를 보내고 1UST를 받을 수 있다. 1UST가 1달러보다 높은 상황이기에 투자자는 차익 거래로 이득을 볼 수 있다. 시장에선 UST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1달러로 수렴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즉 시장참여자들이 활발하게 차익거래를 한다는 점을 핵심전제로 설계된 매커니즘이다.
매커니즘 강화를 위해 최근 루나 파운데이션 가드(LFG, Luna Foundation Guard)는 비트코인(BTC)도 사들였다. 지난 7일 기준 LFG는 BTC 8만 394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LFG는 지난 16일 UST 가격 방어를 위해 이 중 8만여개를 팔았다고 밝혔다. UST 가격을 지키려 BTC를 대량 매도했지만 결국 페깅에 실패한 것이다.
알트코인으로 가격 유지하려면 지급준비율 높여야…"자본효율 떨어져"
UST가 무너지면서 업계에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변동성이 높은 알트코인으로 스테이블코인 가치를 유지하려면 지급준비율을 과도하게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높은 지급준비율을 요구하면 가격 하락에 대한 방어가 올라가지만, 지급준비율을 2000~10000%까지 높이는 건 투입 자본 대비 자본 효율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오라클의 불완전성도 언급했다. 오라클은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그는 “시장가격과 블록체인 내 스왑 가격에 차이가 생기면서 손해를 볼 수 있다”면서 “스왑해서 손해를 보는 스테이블코인은 시장가도 낮아진다”고 전했다.
"LUNA 급등 때나 폭락 때나 알고리즘은 변한 게 없다"…리스크 보완 필요
반면 이번 사태를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전체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예준녕 디스프레드 대표는 “LUNA가 급등했을 때나 폭락했을 때나 알고리즘은 바뀐 게 없다”면서 “알고리즘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만 리스크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업계의 신뢰도가 높았던 만큼 어떠한 공격에도 권 대표가 대비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이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초기 단계인 만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유빈 논스클래식 대표도 “이번 사태는 알고리즘이 잘못한 게 아니라 (테라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무한하게 찍어낼 수 있었던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UST를 계속 찍어내면 이에 따른 담보의 가치도 함께 증가해야 하는데 UST와 비교했을 때 LUNA의 시가총액이 현저히 크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LUNA가 UST 시총 대비 훨씬 컸다면 이번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LFG가 BTC를 사들였다 해도 그 규모가 당시 UST 시총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메이커다오의 다이(DAI)는 이더리움(ETH), USDC 등을 담보물로 하고 있고, 셀로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리저브(Reserve, 담보) 가치가 3배에서 4배 이상이 되는 구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담보자산 규모와 가격 안정성 등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도예리 기자
-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