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인력 이탈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주주 리스크로 임직원에게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빗썸코리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빗썸 임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년 11개월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년 3개월에 비해 4개월 줄어들었다. 반년 새 직원 수가 50명 순증한 점을 고려해도 근속연수가 대폭 감소한 것은 기존 직원이 상당 수 이탈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신규 입사자가 100명이 넘는다”며 “퇴사자 수는 내부정보라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빗썸의 해명을 토대로 평균 근속연수를 역산하면 기존 직원 5명 중 1명이 퇴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빗썸 인력 유출이 심한 건 대주주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빗썸 대주주 비덴트는 지난 17일 반기보고서를 법정 제출 기한인 16일까지 제출하지 않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비덴트는 공시를 통해 “외부감사인은 반기검토 중 기초 자료 변동사항을 인지했고 회사가 관련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기한연장을 요청했다”며 “현재 감사인이 검토 진행 중에 있어 반기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비덴트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반기검토보고서를 수령하는 즉시 반기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비덴트가 이슈를 만든 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26일에는 FTX와 빗썸 인수를 논의했다고 공시하면서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슈 메이커 비덴트에 이어 사실상 빗썸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의장의 재판도 리스크로 꼽힌다. 이 전 의장은 10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지난해 9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경영을 뒷받침할 안정적 대주주가 부재하면서 빗썸 임직원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암호화폐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거래량 급감으로 빗썸 실적도 악화했다. 빗썸의 2분기 영업이익은 3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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