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유동성 위기 여파에 국내 4대 거래소 상장폐지 심사를 받고 있는 위믹스(WEMIX)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위믹스재단은 위믹스 담보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구조가 자체 토큰 FTT 담보 대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FTX의 상황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금명간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나는 위믹스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자체 토큰 담보 대출이 FTX 사태의 뇌관으로 지목되면서 위믹스에도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2대 거래소로 꼽히는 FTX가 거래소 자체 발행 토큰 FTT를 담보로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금 대부분을 조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금 집행 능력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코인데스크가 공개한 알라메다 리서치 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알라메다 리서치 자산 대부분은 FTT로 구성됐으며 이를 담보로 여러 활동을 집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투자자들이 FTX 자금을 대량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재 바이낸스에 매각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세계적인 대형 거래소의 뱅크런 위기에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은 자체 토큰 담보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창펑 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번 사태로 두 가지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절대로 자체 발행한 토큰을 담보로 쓰지 말라는 것과 암호화폐 사업을 한다면 대출은 이용하지 말고 준비금을 충분히 보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위메이드가 FTX와 유사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이다. 위믹스 유의종목 지정 이후 위메이드가 밝힌 소명자료에 따르면 위믹스재단은 생태계 확장 자금 마련을 위해 디파이 프로토콜 ‘코코아 파이낸스’에 3580만 자체 발행 토큰 위믹스를 담보로 맡겨 1605만 4938 KSD를 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믹스 담보 대출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시장에서 유동화 하지 않기로 약속한 대로 이행하는 대신 위믹스 담보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생태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소명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담보로 맡긴 위믹스가 청산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위메이드는 지난 5일 코코아 파이낸스 차입금 일부인 450만 KSD를 상환했다. 위믹스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국내 암호화폐 4대 거래소에서 유의종목으로 지정돼 심사를 거치고 있는 만큼 관련 논란이 확대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FTX 유동성 위기’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위믹스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 심사 기간 전세계 2위 거래소가 파산 위기까지 처하면서 담보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을 크게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위메이드도 FTX와 똑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위메이드 측에선 이 담보 물량에 대해 청산이 되지 않게 방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위험한 발언이다. 유의지정에 대한 충분한 소명 사유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관계자는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유의종목 지정 사유로 밝혀진 내용 외에는 어떤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지 확인은 힘들다"면서도 "담보 예치된 위믹스는 전액 환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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