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 허용으로 금융투자 업계가 들썩이지만 해결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토큰증권 이중 발행이나 계약 오류는 투자자 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이를 방지할 대책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치 평가 방법과 기존 암호화폐와 법적 구분도 필요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충분히 소통하며 제도를 만들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물 자산과 블록체인 데이터 간 긴밀한 연동은 토큰증권 활성화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블록체인에 한 번 기록된 정보는 수정이 불가능해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입력된 데이터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명 ‘오라클’ 이슈로 불리는 이 문제는 부동산과 미술품 등 자산은 하나인데 토큰증권이 복수로 발행되거나 토큰증권 발행 후 자산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처분할 가능성 때문에 제기됐다.
블록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경우 온체인과 오프체인의 연계성이 가치 평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면서 “이중 발행이나 횡령 같은 위험을 막기 위해 수탁업자의 법적 의무와 통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사의 안전한 거래 환경 구축도 중요하다. 국내 1위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는 2019년 시가로 약 586억 원에 달하는 이더리움(ETH) 34만 2000여 개를 탈취당했다. 빗썸에서도 세 차례 자금 유출 사고가 있었다. 이 같은 사태를 대비해 명확한 피해자 구제 방안은 ‘필수’라는 주장이다.
중소 플랫폼이 난립할 경우 해킹에 취약할 수 있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코드 결함이 노출돼 해커에게 자금을 탈취당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해킹으로) 투자자나 발행사에 피해가 생겼을 때 명확한 책임 주체와 중재, 해결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육성 등 새로운 유·무형 자산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때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할지도 문제다. 주식과 달리 암호화폐는 상장 가격을 측정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없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토큰증권은 자산을 쪼개서 나누다 보니 자산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다”며 “통합 기준 마련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존에 발행된 암호화폐의 증권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부터 정립하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XRP) 간 소송이 진행 중인데 XRP가 증권으로 판정을 받으면 다른 많은 암호화폐도 증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 새 기준이 나오면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코인들이 상장폐지되고 토큰증권 유통 플랫폼에 재상장돼 투자자들 간 혼란이 커질 위험이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큰증권을 새로운 시장의 출범으로 보는 건 시기상조”라며 “앞서 발행된 코인의 법적 분류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각의 암호화폐를 토큰증권, 유틸리티 토큰, 상품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초기에 시장이 고사하지 않게 정부의 세심한 관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전이라도 관련 기업이 토큰증권 인프라부터 구축할 수 있게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지 못하면 인프라를 갖춰도 사업을 할 수 없다”면서 “법 개정까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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