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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NOW] 나홀로 상장 폭주·합의깨고 재상장···자정커녕 '시장 혼란' 방치

■출범 8개월 거래소협의체 '닥사' 유명무실

테라·루나 사태 후 투명성 강화하겠다지만

빗썸 5개월간 16개 상장…타사 4배 달해

코인원, 위믹스 단독 재상장해 논란 키워

자율규제 법적 의무 없지만 혼란만 초래

회원사간 적극적 합의로 신뢰 회복해야



가상자산 업계가 자정 활동을 강화해 건전한 성장을 도모한다며 만든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출범 8개월 만에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궁지에 몰린 거래소들은 부랴부랴 ‘엄격한 상장(거래 지원) 관리’를 내세워 닥사를 세웠다. 그러나 빗썸은 옥석 가리기를 했는지 알 수 없는 무더기 상장으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고 코인원은 닥사의 이름으로 공동 퇴출시킨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를 두 달 만에 나홀로 재상장시키며 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다. 거래소들의 암묵적 방관 속에 닥사가 제 머리 못 깎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칼자루를 외부에 넘겨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화 마켓을 지원하는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지난해 6월 암호화폐 상장부터 폐지까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화된 규율 방안을 마련한다며 닥사를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닥사의 등장으로 건전한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 대표들이 지난해 6월 ‘5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 출범식’에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닥사


닥사가 거래 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살펴보면 닥사가 말한 ‘강화’ ‘규율’ ‘공동’ 등의 가치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빗썸이 대표적인 사례다. 빗썸은 최근 5개월간 원화 마켓에 무려 16개 코인을 상장시켰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 1위인 업비트가 단 2개를 상장시켰고 코빗이 6개, 코인원과 고팍스는 각각 4개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빗썸의 ‘독주’다. 빗썸 측은 “유망한 코인을 거래 지원하는 것은 거래소 본연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이 무색하게 최근 신규 상장된 암호화폐들은 폭락을 면하지 못했다. 빗썸에 신규 상장된 코인 16개 중 10개는 2월 말 가격이 상장가를 한참 밑돈다. 특히 오닉스코인(XCN) -86%, 스탯(STAT) -68% 등 다수의 코인이 절반 가격에도 못 미쳤다. 빗썸 다음으로 코인을 많이 상장시킨 코빗은 6개 종목 가운데 3개 종목이 떨어졌지만 엑스플라(XPLA)만 -43%일 뿐 나머지 2개 종목은 -3~13%로 낙폭이 크지 않았다. 최근 ‘크립토 겨울’을 맞아 시장 전반이 침체한 점을 고려해도 유독 빗썸이 더 많은 코인을 상장시켰고 수익률도 나쁜 셈이다. 빗썸이 ‘유망한 코인’을 상장시켜 폭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다. 거래소는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어 상장이 곧 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코인이 많을수록 수수료 수익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거래소가 심사해 올린 종목이 폭락한다면 거래소 스스로 반성하고 상장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원은 위믹스를 나 홀로 재상장시키며 닥사 무용론에 불을 지폈다. 닥사는 지난해 12월 허위 유통량 공시 등을 이유로 위믹스 거래 지원을 중단(상장폐지)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여 만에 코인원은 닥사의 ‘공동 결정’을 깨뜨리고 재상장시켰다. 닥사의 한 관계자는 ‘닥사는 거래 지원과 종료를 위한 기본적 기준만 제시할 뿐 최종 결정 권한은 각 거래소에 있다”며 애써 코인원의 결정을 두둔했다. 그러나 닥사를 향한 시장의 신뢰 하락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전문가들은 닥사의 설립 정신인 ‘자율규제’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 거래소 간 적극적 합의로 닥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닥사를 주도하는 업비트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닥사 초대 의장이고 업비트는 협의체 간사사(社)라는 점에서 닥사의 문제는 곧 업비트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닥사 구성원은 4명뿐으로 조직이 매우 빈약하다”며 “시장점유율 90%에 육박하는 업비트가 앞장서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도예리·김정우·최재헌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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