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 원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구형받았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5부(서승렬 안승훈 최문수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의 범행에 확정적 고의가 있다며 1심과 동일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해 외국 회사가 빗썸을 지배하는 구조로 지배구조를 변경하고자 했지만 부족한 자금과 당국의 압박으로 불가능해지자 공동 인수 자금을 부담시키고 각종 리스크를 전가할 계획으로 피해자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피고인과 피해자간 정보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빗썸코인(BXA)의 상장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는데 설명 없이 계약을 체결하는 미필적 고의로 피해자를 기망했고 이후 불상장을 결정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2차 계약금을 받는 확정적 고의로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의 범행이 악의적이고 죄질이 불량하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당초 약속이나 계약서 초안 내용과 달리 규제당국 등을 이유로 빗썸코인(BXA) 상장 관련 내용이 최종 계약서에 들어가지 못하게 피해자를 속였다”며 “그 결과 피해자는 1222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5000만 달러의 채무를 진 반면 피고인은 해외 법인을 통해 빗썸을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시키고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의장이 피해자 이메일 계정의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하고 증거 인멸도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 측 변호인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거의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김병건 BK그룹 회장의 진술이 객관적인 자료와 주변인들의 진술과 배치되고 일관적이지도 않다"며 “검찰이 고소인의 입장을 여과없이 대변하고 있어 공소사실의 신뢰성이 의문"이라고 밝혔다.
BXA 상장 확약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계약 교섭 과정에서 상장을 약속한 바가 없고 계약 당사자들 모두 상장 확약이 없음을 전제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거래소연합 사업과 관련해선 공소사실이 피고인의 발언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글로벌거래소연합 진행 정도와 관련해 싱가포르에서 나눈 대화가 유일하고 다른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며 “사건에서 차지한 비중과 관심이 매우 적은 사후적인 구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장에 출석한 이 전 의장은 최후 진술에서 “김 대표를 믿고 기다렸는데 (김 대표가) 어느날 갑자기 저를 고소해 좌절감과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는 재판부에 “억울함이 없도록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회장에게 빗썸 모회사 빗썸홀딩스 인수를 제안하며 BXA를 빗썸에 상장한 뒤 코인 판매 대금으로 지분 매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 계약금 112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BXA 상장을 확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이 전 의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 18일로 예정됐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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