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맹렬한 상승세를 보이며 2년여 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33조 원)를 돌파했다. 비자·마스터카드 등 전통 금융사 시총의 약 2배 규모이자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시총과 어깨를 견주는 수준이다. 올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데다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앞두고 있고 레이어2 솔루션 등 비트코인 블록체인 생태계가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라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5일 오후 1시 28분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5.87% 오른 5만 2336.09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7149만 3000원에 거래됐다. 2021년 12월 이후 약 25개월 만에 5만 2000달러 선을 넘기며 시가총액은 1조 260억 5001만 달러(약 1368조 544억 1162만 원)를 달성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주역은 단연 비트코인 현물 ETF다. 올 1월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된 직후 비트코인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3만 9000달러 선까지 미끄러졌지만 차익 실현이 마무리되면서 자금 유입이 유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는 “올 1월 25일 이후로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흐름이 순유입으로 전환됐다”며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순자산(AUM)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시장에 공급 스퀴즈(부족)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TF는 운용사와 계약을 맺은 유동성공급자(LP)들이 비트코인 현물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LP들은 보통 일반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장외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을 거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급작스레 자금이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현물 수요를 장외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9일(현지 시간) 기준 비트코인 ETF는 출시 한 달 만에 AUM 100억 달러를 달성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비트코인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9일 스탠더드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5000 선을 넘어섰다. 다우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동반 상승세다. 김지혜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면서 “대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도 상승 랠리에 동참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 센터장은 “ETF 승인으로 유입 가능한 자금 규모를 감안하면 단순 유동성만 고려해도 과거 전고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4월 반감기 이벤트를 고려하면 가격 상승 재료는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로 약 4년을 주기로 반복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사용성을 높이는 다양한 솔루션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 비트코인 레이어2 솔루션인 스택스(STX)는 전일 대비 약 28% 급등하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디스프레드 관계자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상에서 새로운 사용 사례가 등장한다면 비트코인 자체 수요가 증가해 가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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