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KLAY)·핀시아(FNSA)의 신규 통합 가상자산 카이아(KAIA)가 발행을 앞둔 가운데 거래소 상장 심사를 둘러싸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로 다른 기술 기반을 가진 두 주요 블록체인이 통합한 전례가 없을 뿐더러 통합 가상자산에 대한 상장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KAIA 발행을 한 달 앞둔 현재까지 재단과 거래소가 여전히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핀시아 재단은 통합 가상자산 KAIA의 상장 유지를 위해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상장돼있던 KLAY와 FNSA가 KAIA로 변경(스왑)되는 과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전례도, 규정도 없어 논의가 길어지는 상황이다. 국내 원화 거래소들이 상장 심사 지침으로 참고하는 닥사(DAXA)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에도 통합 가상자산의 재심사 관련 규정이 없어 KAIA에 대한 심사 여부는 전적으로 각 거래소 자율에 달려있다.
KLAY와 FNSA가 상장된 거래소들은 KAIA 재심사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두 가상자산이 모두.상장돼 있는 빗썸 관계자는 “재심사와 관련해 재단과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닥사 역시 “거래 지원과 관련한 결정은 각 거래소가 내규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라며 “닥사 가이드라인에 상장 유지 재심사 관련 규정을 신설할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KAIA 재심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블록체인의 통합이 단순한 네트워크 변경에 그치지 않고 신규 통합 재단 출범과 거버넌스 카운슬(GC) 재조직 등을 동반하는 탓이다. 만일 재심사가 이뤄진다면 KAIA가 상장폐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이 조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클레이튼과 핀시아의 통합 재단 출범은 유일무이한 사례이며 두 블록체인은 다른 문화와 생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합 과정에서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두 재단 모두 아시아 시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상당하고 실력이 검증됐기 때문에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그 대응과 회복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KAIA 발행까지 약 한 달 가량 남겨두고도 상장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탓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거래소와 비교해 소통이 제한적인 해외 거래소에서 더욱 문제다. KLAY의 경우 해외 거래소에서 상장이 폐지된다면 큰 타격을 입을 우려가 있다. 9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KLAY 일일 거래량의 20%는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이뤄지고 있다. 가상자산 상장 심사가 특히 까다롭다고 알려진 바이낸스가 KAIA에 대한 재심사 없이 상장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는 “현재로선 재심사 진행 여부를 공개할 수 없다”며 “추후 공지를 통해 재심사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일본 거래소에서의 상장 유지 여부 역시 우려되는 지점이다. 일본 당국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화이트 리스트(현지 거래소 상장을 허용하는 가상자산)'를 관리한다. 통합 과정에서 KLAY와 FNSA가 획득한 화이트리스트 자격을 상실할 경우 일본에선 상장폐지 수순을 밟아야 한다. 국내 가상자산 가운데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가상자산은 KLAY와 FNSA를 포함해 3종뿐이다. 이에 대해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화이트리스트 기준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신규 메인넷 출범이 아니라 기존에 화이트리스트를 통과한 메인넷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등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리브랜딩 혹은 체인 변경 시에도 해당 신규 코인을 거래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전망했다.
재단도 해외 거래소의 KAIA 상장 유지를 위한 사전 작업 진행 중임을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달래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 관계자는 “토큰 규제 인증 등 절차에 맞춰 최대한 지금까지처럼 거래될 수 있도록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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