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출신이 전통 금융 기업의 블록체인 사업을 맡는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지만 웹3 사업에 개방적인 태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루암폰 시라타나판타(사진) SCBX 블록체인 팀 리더는 태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쿱에서 은행으로 옮긴 경우다. 분야를 막론하고 블록체인 전문가를 영입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SCBX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달 2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 블록체인 위크 2024(SEABW 2024)’에서 만난 시라타나판타 리더는 “최근 블록체인 실사용 사례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태국 최초로 콘도를 토큰화한 토큰엑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태국 최대 금융지주인 SCBX는 자회사 토큰엑스를 통해 실물 자산을 토큰화하는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시라타나판타 리더는 “부동산뿐 아니라 친환경 기술에 블록체인을 접목시키는 데도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기업이 프로젝트별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는 “특정 기업의 태양광·풍력 사업을 각각 토큰으로 발행해 둘 중 하나에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고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에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는 전통 금융기관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기술의 혁신성을 꼽았다. 시라타나판타 리더는 “블록체인은 SCBX의 금융 서비스를 혁신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의 해시드와 손잡은 이유도 “성장 속도가 빠른 웹3 산업에서는 여러 파트너와 협업해 다양한 블록체인 사용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CBX는 이미 국가 간 송금에도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Programmable Money) 및 결제 분야도 주목하고 있다. 일정 조건이 성립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돈의 흐름을 블록체인에서 프로그램으로 짤 수 있다. 사용처, 사용 방법 등도 코드로 설정 가능하다. 시라타나판타 리더는 “태국 중앙은행도 최근 프로그래밍 결제의 성장성을 확인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 방콕=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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