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퇴직연금 상품이 등장했다. 가장 보수적인 운용을 하는 연금을 통해서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제도화 논의가 지연되면서 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보험사 델라웨어라이프는 최근 고정지수형 연금 상품에 가상화폐 연동 투자 옵션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연동 투자가 포함된 연금 상품 출시는 미 보험사 최초다.
고정지수형 연금은 원금을 보장 받으면서 주가지수 수익률에 연동해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보험사가 납입금 대부분을 안전자산에 투자해 원금을 확보하고 일부만 지수 연계 투자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델라웨어라이프가 추가한 가상화폐 연동 투자 옵션은 블랙록의 미국 주식 ETF와 비트코인 현물 ETF가 결합된 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변동성은 연 12% 수준으로 관리된다.
블랙록이 지난 2024년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해 말 기준 약 76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로버트 미치닉 블랙록 글로벌 디지털자산 총괄은 "이 상품을 통해 보험 고객들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비트코인 투자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기조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제도권 내에서 가상화폐를 장기 투자 자산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거래를 승인했고,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 절차를 거쳐 2024년 7월부터 거래가 진행 중이다. 코인글래스 집계 기준으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총 운용자산 규모(AUM)은 약 1265억 달러, 이더리움 현물 ETF도 약 185억 달러 수준에 달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제도화 논의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관련 상품 개발도 더딘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율체계를 담은 디지털기본법 정부안은 발행 주체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아직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별도 안을 만들고 있지만 이 역시 여러 쟁점이 맞물려 있어 최종안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본법 마련에 난항을 겪으면서 가상화폐 현물 ETF 등 국내 가상화폐 산업 확대를 위한 상품 개발은 더욱 지체되고 있다. 당국 역시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이나 해외 상품 중개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내도 명확한 법적 틀과 투자자 보호를 갖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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