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대중화'라는 퍼즐 조각이 필요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24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핫포엔에서 열린 ‘블록체인 리더스 서밋 도쿄 2024’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국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와 일본 벤처캐피탈 비대쉬벤처스가 주최했으며 금융, 게임 엔터테인턴트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아시아 국가들이 블록체인과 웹3의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 많은 개발자가 있지만 현재 필요한 건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블록체인 콘텐츠”라며 “아시아는 애플리케이션(앱)·콘텐츠 관련 투자가 활발한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의 강력한 블록체인 인프라를 앱에 탑재해 대중들이 블록체인을 직접 경험하도록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아시아는 세계 크립토 자산 거래량의 60%, 거래소 점유율 40%, 개발자 비율은 60%에 달할 만큼 유망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한국 시장의 강점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투자자·기업의 높은 관심을 꼽았다. 그는 “올해 초 한국의 법정화폐(원화)는 미국의 달러보다 더 많은 가상자산 거래량을 뽑아냈다”며 “한국 게임사는 웹3 콘텐츠, 유통사는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멤버십을 내세워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팬덤을 보유한 케이팝 산업에서 웹3, 메타버스를 접목한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언급됐다.
김 대표는 또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인터넷이 빨리 보급돼 50대 이상의 중·장년도 디지털 경험에 익숙하다”며 “NFT 마켓플레이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도 한국에선 이미 옛날에 등장했다”고 밝혔다. 디지털·가상세계에 익숙한 한국인의 경험과 기술력이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시장의 강점으로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육성 정책 △기업의 웹3 확장 전략 △풍부한 지식재산권(IP)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일본은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한 얼마 안 되는 국가”라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리더십 아래에 웹3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지난해 6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을 전자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으며 가상자산 미실현 이익에 법인세(30%)를 징수하는 규정도 폐지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정책에 탄력받아) 금융사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게임사도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특히 일본의 IP 산업에 주목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맞아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어릴 적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종이 카드를 갖고 놀던 문화가 블록체인으로 확장되면 엄청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시드가 최근 일본 IP 회사의 투자에 관심을 두는 배경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류이치 니시다 비대쉬벤처스 디렉터도 한·일 협력의 일환으로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류이치 디렉터는 “그동한 여러 행사를 거치면서 스캠(사기) 기업을 만나기도 하면서 결국 믿을 수 있는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모여 교류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라며 행사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일본에서 다양한 블록체인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콘텐츠에서 협업할 부분이 살짝 다른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웹3 대중화를 위한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도쿄=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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