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라클 이슈’가 발생한다. 블록체인에 한번 기록된 데이터는 위·변조가 불가능해 신뢰할 수 있지만, 애초에 잘못된 데이터의 경우엔 바로잡기 힘든 문제를 가리킨다. 이러한 오라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플레어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자동으로 블록체인에 추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구글 클라우드 같은 글로벌 기업을 데이터 제공자로 지정하고, 이들이 블록체인에 직접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휴고 필런 플레어 네트워크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디센터와 만나 “장기적으로 블록체인이 널리 사용되려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레어 네트워크가 ‘데이터를 위한 블록체인’을 비전으로 내세우는 배경이다. 그는 “웹2.0보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웹3.0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플레어 네트워크는 밸리데이터가 무수히 많은 이더리움 등 여타 퍼블릭체인과 다르게 밸리데이터 100개로 운영된다. 그는 밸리데이터를 굳이 100개로 제한한 이유를 묻자 “대다수 블록체인에서 활동하는 밸리데이터는 동일한 이들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밸리데이터 수가 많다고 탈중앙화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밸리데이터가 100개로 한정돼 있어도 이들이 각기 다른 주체라면 중앙화 요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 밸리데이터는 네트워크를 운영할뿐 아니라 가격용, 웹2·웹3 데이터용 등 두 가지 데이터 프로토콜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장치를 둔 덕분에 한 회사가 다수 밸리데이터를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데이터까지 함께 제공해야 하기에 동일한 기업이라면 쉽게 가려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1월 구글 클라우드는 플레어 네트워크의 밸리데이터로 합류한 바 있다. 그는 “오는 11월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해커톤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러한 구조로 플레어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직접 수집해 오라클 이슈 해결에 도전한다. 예를 들어 랩트 비트코인(WBTC)은 비트코인(BTC)과 일대일로 연동된 자산으로, BTC를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서비스 등에서 활용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BTC를 특정 수탁사 지갑에 예치한 뒤 이를 토대로 WBTC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이 발행 주체를 믿을 수 있는지다. 만약 수탁사가 예치한 BTC 보다 많은 수량의 WBTC를 발행했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WBTC 커스터디 회사인 빗고가 저스틴 선 트론 창업자와 관련된 홍콩 기업 비트글로벌과 협력하기로 하면서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필런 CEO는 플레어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BTC를 포함해 리플(XRP) 등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이 없는 블록체인의 자산을 플레어 네트워크와 연동하면 손쉽게 디파이 등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면서 “자동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수탁자를 믿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100개 밸리데이터가 동시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해당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플레어 네트워크는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가 높다. 필런 CEO는 “플레어 네트워크 기반으로 FXRP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XRP와 연결고리가 두터운 것을 알고 있어 이번에 처음으로 팀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 대상, 개발자 환경, 서비스 수요 등 다각도에서 한국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블록체인과 오프체인 데이터를 결합해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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