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 무한 경쟁의 시대다. 범람하는 플랫폼들 사이에서 더 많은 이용자를 더 빠르게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해 비교적 늦게 경쟁에 뛰어든 이스크라(ISK)는 세계 최대의 블록체인 게임 길드 YGG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이스크라의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맡고 있는 벤 콜레이코와 YGG 공동설립자 개비 디존은 남다른 인연을 자랑하기도 한다. 5일 디센터와 만난 두 사람은 “20년 전 필리핀에서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과정에서 알게된 오랜 친구 사이”라며 “양사 협업은 지난해 ‘노마 인 메타랜드’를 YGG 길드원에게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스크라와 YGG가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맺은 건 올해 1월이다. 양사는 공동 마케팅과 상호 토큰 교환(스왑) 등을 진행하면서 긴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크라는 YGG 길드원들에게 이스크라 기반의 게임들을 알리고 YGG는 길드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상부상조의 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콜레이코 CBO는 “웹3에선 기존과 같이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이용자를 모객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며 “웹3 마케팅은 열정적인 커뮤니티를 활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양사의 협업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전 세계에 걸친 YGG 커뮤니티를 통한다면 글로벌 확장에 유리하다. 디존 공동설립자에 따르면 YGG는 지난 2020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700만 명 이상의 전세계 웹3 게임 플레이어들을 모았다. 주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 포진해 있다. 길드원으로 구성된 YGG 이스포츠단도 올해 창단할 계획이다. 한국에선 ‘스카이GG’와 길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지만, 블록체인 게임 출시가 금지된 국내 규제 탓에 공식적인 길드 활동은 불가능하다.
콜레이코 CBO는 “엄격한 블록체인 게임 규제로 인해 블록체인 게임사 입장에선 강력한 커뮤니티를 가진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더욱 중요하다"며 “웹3 개발자들에게 글로벌 확장의 초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스크라는 YGG를 통해 동남아와 남미 시장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베이스(BASE)와의 협력으로 그간 이용자 비율이 높지 않았던 유럽과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자체 블록체인 베이스는 지난해 이스크라를 웹3 주요 파트너로 선정하고 코인베이스 벤처스를 통해 이스크라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이스크라는 최근 허브 체인을 기존 클레이튼(KLAY)에서 베이스로 이전했다.
다만 아직은 전반적인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온도가 낮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 의견이다. 콜레이코 CBO는 “시장은 미온의 상태지만 과거와 달리 경험치가 쌓였다는 차이가 있다”며 “그간 다양한 시도와 기술 도입을 통해 시장에 먹히는 것과 먹히지 않는 것을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디존 공동설립자도 “가상자산 불장이었던 지난 2021년 느꼈던 열기를 올해는 느낄 수 없었다"며 “블록체인 게임은 과거 ‘클래시 오브 클랜'의 ‘프리 투 플레이’ 모델이 그랬던 것과 같이 모든 시장에 통용되는 정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정답을 찾는 것이 한국 게임사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게임의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스크라는 여러 게임을 발굴해내며 시장 반응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콜레이코 CBO는 “게임 플랫폼뿐 아니라 퍼블리셔로서 게임을 발굴해내며 토크노믹스 등을 주도적으로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라며 “또한 게임 개발사들에 직접 투자도 진행하며 일정 물량의 토큰을 수취하고 일부는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등 유연하게 토크노믹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조만간 블록체인 게임이 더이상 ‘웹3’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다른 게임과 같이 간주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콜레이코 CBO는 “이전엔 ‘온라인 게임'을 ‘오프라인 게임’과 구분했지만 현재는 더이상 그렇지 않다. 모든 게임이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라며 “향후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려면 무조건 블록체인이 사용되는 등 블록체인 게임이 당연시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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