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사들이 자산 토큰화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한 가운데 홍콩은 이러한 흐름을 발판으로 웹3 허브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제 금융 강국으로서의 입지와 중국 본토의 풍부한 기술 인재 풀을 활용해 전통 금융과 웹3를 융합하겠다는 포부다. 홍콩 정부 기관이 직접 나서서 유망 블록체인 행사를 유치하고 관련 인재를 영입하며 웹3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부터 31일까지 양일 간 홍콩 케리 호텔에서 진행된 체인링크 스마트콘 행사는 이러한 홍콩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홍콩 정부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 기관인 홍콩투자청(InvestHK)의 킹 렁 금융서비스 금융서비스·핀테크·지속가능성 부분 글로벌 총괄 책임자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마트콘 참석 후 체인링크의 기술력에 깊은 인상을 받아 자국 유치를 적극 추진했다고 밝혔다.
체인링크는 현실 세계 데이터를 블록체인과 연동하는 오라클 미들웨어 솔루션 제공 프로젝트다. 정부 기관이 특정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지목해 지지를 표명한 셈인데, 이는 홍콩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개방적 자세를 보여준다. 렁 총괄은 “스마트콘에 이어 내년에는 세계적 블록체인 행사인 컨센서스도 홍콩으로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홍콩이 블록체인 산업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배경을 묻자 렁 총괄은 “블랙록, JP모건, 프랭클린템플턴, 피델리티 등 글로벌 금융기관이 이미 블록체인을 실험하고 있다”면서 “이는 금융 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합리적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이 금융서비스 부문인 만큼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렁 총괄은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이 수백 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내놨다. 실제 앱토스 랩스, BCG, 인베스코의 공동 보고서는 토큰화된 펀드 시장의 잠재 수요가 약 2900억 달러(397조 5320억 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운용 자산 규모가 6000억 달러(822조 48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스마트콘에서는 이러한 자산 토큰화에 대한 금융권의 뜨거운 관심이 드러났다. 프랭클린템플턴, UBS, 피델리티, HSBC, 시티, SBI 등 글로벌 금융사가 대거 참여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엠마 페세니닉 피델리티 인터네셔널 아시아태평양·일본 디지털 사업개발 및 파트너십 총괄은 “밀레니얼 세대는 전통 금융기관보다 가상자산 제공자를 3배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산 토큰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에드가 게링어 HSBC 글로벌 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홍콩 규제당국이 직접 제안한 블록체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물 중 하나로 HSBC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금 토큰화 상품을 출시했는데, 렁 총괄은 이를 "보관 걱정 없이 언제든 현물 교환이 가능한, 금을 선호하는 홍콩과 중국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혁신적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앤드류 크로포드 프랭클린 템플턴 디지털 자산 부문 부사장은 자산의 즉각적 이전·증명이 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 덕에 중개 수수료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블록체인 혁신 현장을 목격한 국내 기업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이번 스마트콘에서 부스를 운영한 국내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수호의 박지수 대표는 “홍콩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열린 기조 덕분에 다양한 글로벌 금융사와 적극적으로 디지털 자산 관련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홍콩은 웹3와 전통 금융을 접목한 차세대 금융 혁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렁 총괄은 “홍콩은 중국 본토의 풍부한 기술 인재와 일관된 규제 정책, 투명한 입법 절차로 기업에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 강국으로서의 경험과 웹3 혁신을 결합한 홍콩의 미래 금융 청사진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홍콩=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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